'음주운전' 현정화, 장애인AG 선수촌장 사퇴

입력 : 2014-10-01 오후 6:01:49
◇음주운전 논란으로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선수촌장에서 자진 사임한 현정화 감독. (사진제공=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
 
[인천=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탁구여제' 현정화(45)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이 음주운전으로 그동안 쌓아온 것을 모두 잃을 위기에 처했다.
 
개회까지 이제 한 달도 안 남은 상황에서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의 선수촌장을 사임하게 됐고 MBC의 탁구 해설위원 자리에서도 하차했다.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 자리도 위태롭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혈중 알코올 농도, 면허 취소 기준의 곱절
 
경기 분당경찰서는 1일 술을 마시고 자신의 재규어 승용차를 운전하다 택시와 충돌한 사고를 낸 혐의(도로교통법 위반 등)로 현 감독을 불구속 입건했다.
 
현 감독은 이날 오전 0시40분 술을 마신 상태로 고급 승용차를 몰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오리역 부근 사거리를 지나다 택시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택시에 탄 승객 1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기지방경찰청이 공개한 블랙박스 영상에는 현 감독이 운전하는 흰 색상의 재규어 승용차가 빨간색 정지신호를 무시한 채로 내달리다 직진하는 검은 색상의 모범택시와 충돌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현 감독은 당시 운전면허 취소 기준을 배 이상 넘는 혈중 알코올 농도 0.201%의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경찰 조사에서 현 감독이 '(어디에서 누구와 술을 마셨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현 감독의 과실 여부 조사에 나섰고,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현정화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의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 (사진=MBC 방송 캡처)
 
◇현 감독, 인천장애인AG 선수촌장 자진 사퇴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인천APG)조직위원회는 "현정화 선수촌장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에 스스로 책임을 지고 촌장직 사퇴 의사를 전했다"고 1일 오후 밝혔다.
  
사고 소식이 알려진 후 현 촌장의 거취를 두고 오전부터 대책 회의를 했던 조직위는 현 총장의 사퇴 의사를 긴급 수용하기로 했다. 대회 개막(10월18일)까지 보름 남짓밖에 남지 않았지만, 현 감독을 안고 가기에는 사안이 너무 컸다.
 
조직위 관계자는 "후임자를 찾지 못한 상태다. 대회 개막이 목전인만큼 최대한 빨리 선정 작업을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지난달 12일 선수촌장에 위촉된 현 감독은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위촉된 이후 19일 만이다.
 
현 감독 사퇴에 따라 인천APG조직위는 대회 흥행을 이끌 주요 카드를 잃게 됐다. 현 감독이 촌장 위촉이 많은 주목을 받은 이유는 북한의 리분희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과의 재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현 감독과 리 서기장은 지난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을 형성해 우승을 일궜고 당시의 이야기는 영화 '코리아'로 제작돼 화제를 모았다.
 
◇인천장애인AG 후임 선수촌장은 누가?
 
인천장애인AG 선수촌장 임명 당시 현 전 총장은 초기 후보군에 들지 못했다. 조직위가 대회 흥행을 위해 축구스타 차범근 또는 박지성 등의 글로벌 스타들을 후보로 검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둘을 비롯한 세계적 스타 영입이 어려워졌고 북한의 리분희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 등과의 친분효과가 기대되며 현 촌장이 부상한 끝에 결국 촌장 자리에 위촉됐다.
 
그러나 '음주운전'이라는 허망한 이유로 대회를 보름 가량을 남기고 촌장 자리가 공석이 되자 인천장애인AG의 차기 선수촌장이 현재의 시점에서 누가 될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인다.
 
후임 인사로는 여자 기계체조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하다가 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김소영(45) 씨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직위 관계자는 "일부에서 김소영 씨를 추천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선수촌장이 여러 업무를 총괄하기 때문에,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따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정화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이 지난 9월12일 인천 송도동 미추홀타워 인천장애인AG 조직위원회 본부에서 열린 2014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선수촌장 위촉식에서 서정규 인천장애인AG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으로부터 위촉장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
 
◇MBC해설위원도 교체..마사회 감독직은 어떻게
 
현 감독을 탁구해설위원으로 위촉해 중계 해설자로 출연시키고 있는 MBC는 1일 "현 해설위원 대신 김분식(42·여) 대한탁구협회 과장을 해설위원으로 교체해 탁구 혼합복식 8강전을 중계한다"고 밝혔다.
 
김분식 과장은 지난 1994년 일본 히로시마 대회 당시 복식 분야 동메달을 획득한 선수 출신의 인사로, 대한항공·제일모직 선수와 대한항공 스포츠단 과장 등을 거쳐 현재 탁구협회 과장직을 맡고 있다.
 
마지막 남은 직책인 한국마사회(KRA) 탁구단 감독에 대한 논의도 오간다.
 
체육계는 KRA 감독직의 유지도 어려울 것으로 여기고 있다. KRA가 기업 이미지를 중시하는 공기업인 만큼 음주운전 파문 당사자를 안고 가기에는 매우 어려울 것이란 이유 때문이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준혁 기자
이준혁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