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005930)의 노트북PC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포인트 이상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 아프리카 시장에서 철수한 데 이어 지난 2분기 이후 구글 크롬북 시장에서도 대만의 에이서(Acer)에게 시장 점유율 1위를 내주는 등 총체적 난국이다.
3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노트북PC 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2.4%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점유율 7.8%를 기록하며 세계 시장 6위를 차지한 지 불과 1년 만에 5.4%포인트 점유율이 줄어들며 8위로 내려앉았다.
◇세계 노트북PC 시장 출하량 기준 점유율 추이.(사진=트렌드포스)
삼성전자는 올해 내내 노트북 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했다. 신성장 시장으로 꼽히는 아프리카에서 노트북 추가 공급을 전격 중단한 데 이어 지난 9월에는 유럽에서 중저가 노트북 라인업 사업을 사실상 중단했다. 레노버, 에이수스 등 중화권 기업들과의 가격 경쟁으로 인한 출혈을 막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아시아·태평양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의 노트북 사업은 기존과 같이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의 공세로 인한 점유율 타격은 불가피했다. 특히 노트북 시장의 블루오션이나 다름 없는 크롬북 시장에서도 지난 2분기 대만의 에이서에서 1위를 빼앗겼다. 2013년 이후 줄곧 1위를 차지해온 터라 충격은 크다.
삼성전자 노트북 사업은 IM(IT·모바일) 부문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이 같은 사업 부진이 지난 3분기 삼성전자 IM 부문이 내놓은 충격적 실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IM부문은 3분기 영업이익 1조75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조9500억원이나 줄어들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사실상 노트북 시장에 더 이상 이렇다 할 비중을 두지는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노트북 시장에서 맹위를 떨쳤던 소니 역시 지난 2월부로 노트북 사업을 접었다. 삼성전자 역시 소니의 전철을 따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4'에서도 삼성전자는 노트북 신제품을 공개하지 않았다.
눈에 띄는 점은 미국과 중화권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는 반면 한국과 일본 기업들은 일제히 하락세라는 점.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소니, 도시바 역시 점유율이 각각 3.6%포인트, 0.6%포인트 줄었다. 특히 소니의 경우 노트북 시장에서 철수하며 점유율이 0%대로 급락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 소니 등은 사실상 노트북 사업을 포기하는 기조"라며 "노트북 시장이 가격경쟁 국면에 돌입하면서 수익성 자체가 줄어들고 있고, 중소규모 업체의 경우 엄청난 가격 압박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세계 노트북 시장은 점진적인 가격 하락 추세에 따른 매출 확대로 시장 규모가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3분기 글로벌 노트북 출하량은 4580만대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상승했다. PC시장의 터줏재감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이 새로운 운영체제, 프로세서를 발표하지 않았음에도 높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HP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HP는 지난 3분기 21%의 시장 점유율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포인트 점유율을 늘렸다. 중국의 레노버가 3%포인트 차이(점유율 18%)로 바짝 뒤쫓으고 있으며, 델 역시 12.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중국의 에이서, 에이수스(Asus)도 각각 점유율을 1~2%포인트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