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제품의 안정성 논란이 좀처럼 가시질 않고 있다. 지난달 플래그십 모델인 '삼성 840 EVO'의 속도저하 문제가 불거지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논란을 일단락 지었지만, 다른 모델에서도 유사한 증상이 벌어지면서 논란의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10일 국내외 소비자 커뮤니티에 따르면 기존 삼성 840 EVO뿐만 아니라 '삼성 840 SSD' 일부 제품 역시 속도저하가 발생하면서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특징적인 점은
삼성전자(005930)가 트리플레벨셀(TLC) 방식의 기술을 적용한 제품에서만 이 같은 문제가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전체 SSD 제품의 약 65% 수준을 TLC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통상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제품을 제외한 대부분 SSD에 TLC가 아닌 MLC(멀티레벨셀) 방식의 낸드플래시가 사용된다. 2비트(bit) 기반으로 1개의 셀에 4개의 데이터를 담을 수 있다. 반면 TLC의 경우 1개의 셀에 8개의 데이터를 담는다. 효율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읽고 쓰이면서 수명이 줄어드는 메모리의 특성상 장기적인 데이터 안정성이나 속도 등에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삼성전자 SSD 제품 라인업.(사진=뉴스토마토)
지난해 삼성전자가 TLC 메모리를 SSD에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업계에서는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내놨지만 840 시리즈 제품의 안정된 성능, 삼성의 적극적 마케팅에 힘입어 시장에서 높은 판매고를 기록해 왔다. 특히 출시된 지 1년이 넘은 삼성 840 EVO은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킹스턴, 인텔 등 경쟁사 전략제품 대비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9월부터 속도 저하 논란이 본격화되면서 삼성이 긴급 진화에 나섰고 지난달 15일에는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사실상 문제를 해결했다. 삼성전자 측은 "TLC 기술 자체 문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상의 문제"라며 "SSD 내에서 에러를 감지하는 기능에 문제가 생겨 속도저하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낸드플래시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 TLC를 적용한 제품군에서만 소프트웨어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에 대해서 삼성전자는 "통상 TLC와 MLC 방식의 SSD는 서로 다른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며 840 EVO에서 빚어졌던 문제가 840 시리즈에서 동일하게 발생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문제 역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반도체 업계에서는 의구심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840 시리즈 라인업이 아직 출시된 지 3년이 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제품 수명에 대해 아직 확신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TLC의 경우 통상 MLC, SLC(싱글레벨셀) 기술 대비 생산 단가는 낮지만 안정성과 수명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전까지 TLC 메모리가 디지털카메라, USB 등에만 주로 사용됐던 이유기도 하다.
SLC의 수명이 셀당 10만회 이상의 데이터 쓰고 읽기가 가능하다면 MLC의 경우 셀당 3000회 정도로 알려져 있다. 반면 TLC는 보통 1000회 수준이다.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 될수록 생산단가는 줄어드는 반면 수명도 줄어든다. 일반 소비자들의 사용패턴을 감안하면 TLC 기반 제품도 장기간 사용이 가능하지만 4K 콘텐츠 확산에 따라 기간이 향후 3~4년을 기점으로 성능이 하락할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TLC에 3D V낸드를 적용한 '삼성 850 EVO'를 준비하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TLC 안정성 이슈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경쟁사의 공세에 시달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현재 삼성전자는 SSD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29%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내 대형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TLC 기반의 SSD는 낸드 그 자체보다는 컨트롤러 기술이 중요하다"며 "대다수 SSD 제조사들이 소프트웨어 기술력 확보에 온 힘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