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인 공포로 종목형 ELS 급감..지수형 쏠림 '우려 수준'

10월 지수형 비중 98.9%..종목형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
위험분산 불가피한 리스크 상황..기초자산 다양화 절실

입력 : 2014-11-10 오후 4:57:09
[뉴스토마토 최하나기자] 저금리 시대의 투자대안으로 급부상했던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지수형 ELS로의 쏠림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종목형 ELS는 원금 손실(녹인 ·knock-in) 우려로 투자 심리가 더욱 냉각되면서 발행 규모도 급감하는 추세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달 ELS 발행액은 6조9749억원, 발행건수는 2065건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9월 ELS 발행액이 8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나타낸 것 대비로는 주춤한 모습이지만, 역대 2위의 발행 기록이다.
 
◇올해 월별 주가연계증권(ELS) 발행규모 (단위:조원, 자료=한국예탁결제원, 뉴스토마토)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의 하락과 종목형 ELS의 녹인 확대로 투자자의 대기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ELS의 투자가치를 부인할 수 없지만 이전에도 지수 하락시 일시적인 투자 공동화 현상이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김지혜 교보증권 연구원도 "지난달 글로벌 증시 하락과 변동성 확대로 롤 오버(Roll-over, 만기연장) 효과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만 지수 수준과 쿠폰 수익률 면에서 신규 진입이 유리할 수도 있어 발행 감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 팽창한 ELS 시장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이달과 12월은 퇴직연금 관련 ELS 발행이 많을 시기여서 발행 규모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달 ELS 시장에서 주목할 점은 국내 종목형 ELS의 비중이 급감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이중호 연구원은 "지난달 종목형 ELS가 571억 발행되며 전체 발행 규모의 0.8%를 기록했다"며 "중형주까지 나타났던 종목형 ELS 녹인이 대형주까지 확산되면서 현대차(005380)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가 녹인이 시작된 것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그간 심화되던 지수형 ELS로의 쏠림 현상은 더욱 가속화됐다. 코스피200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유로스톡스50지수(SX5E),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간 조합이 1~6위를 독식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김지혜 연구원은 "지난달 전체 지수형 ELS의 비중이 98.9%로 늘어났다"며 "올해 평균이 96.4%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수형 쏠림 현상이 극심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올해 내내 ELS 시장의 잡음 요인으로 작용했던 국내 종목형 ELS의 녹인 발생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중호 연구원도 "해외 지수형 발행은 5조2403억으로 국내 종목형은 해외 지수형의 100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해외 지수에 대한 쏠림 현상이 가중되며 기초자산 숫자나 상품 구조의 차별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 구조로 시장이 바뀌어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분간 종목형 ELS에 대한 냉각된 투자심리는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믿었던 대형주 기초자산 마저 녹인에 걸리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졌다며, 발행사 역시 종목 ELS 발행을 꺼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라 ELS 규제 등의 논쟁도 다시 점화되고 있다.
 
이중호 연구원은 "현대차 녹인이 매우 중요한 문제이긴 하나 크게 새로운 이슈는 아니다"라며 "이미 올해 상반기 화학과 정유, 조선 관련 주식들의 ELS 녹인이 있었고 이 상태에서 그나마 주가를 유지하던 대형주가 추가 하락해 추가 ELS 녹인이 발생한 것 뿐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녹인 가능성이 예상되는 녹인 베리어에서 가까운 상품은 환매를 고려해 볼만 하다"며 "하지만 만기가 남은 상품이고 이미 녹인을 친 상황이라면 해당 주가 변화 추이를 관찰하며 기초자산의 상승을 바랄 수 밖에 없는데, 기본적으로 원금비보장 ELS는 가입시 일정 수준 이상 내려갈 경우 원금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적 상품임을 감내해 투자에 나선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과거와 달리 ELS 녹인 정보를 공매도나 롱숏 투자자들이 충분이 활용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중호 연구원은 "종목형의 극닥적인 발행 감소로 해외 지수형의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데, 이는 특정 자산에 기초자산이 집중돼 위험 분산이 되지 않는 리스크 상황에 노출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안전하다고 믿었던 종목형 ELS가 손실 구간에 들어가 듯 지수형 ELS 역시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기초자산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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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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