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고 사고를 낸 경우 인명피해나 차량파손이 거의 없다면 신고의무가 없으므로, 경찰 등에 신고하지 않았더라도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재판장 권순일 대법관)는 무면허 상태에서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이후 파출소에서 음주 측정을 거부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 모(48)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신고의무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사건을 춘천지법 강릉지원으로 되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신고의무는 사고의 규모나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피해자의 구호 및 교통질서의 회복을 위해 개인적인 조치를 넘어 경찰관의 조직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있는 것이라고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 씨가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주차하기 위해 후진하다가 교통사고를 냈고, 피해 차량에 사람이 없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피해자의 구호와 교통질서의 회복을 위해 경찰 등의 조직적인 조치가 필요했다고 보기 어려워 신고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와 달리 신고의무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무면허음주 운전 혐의와 음주측정 거부 혐의에 대해선 유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최 씨는 지난해 10월, 강원도 속초에서 음주·무면허 상태로 1km 가량을 운전하다가 모 오피스텔에 도착해 주차를 하던 중 주차돼 있던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후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현장에 머물다, 다른 사람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경찰서 지구대로 임의 동행됐고 이 과정에서 음주·무면허 사실까지 들통나 기소됐다.
1, 2심 재판부는 음주·무면허 운전 혐의와 함께 사고후 신고의무를 위반했다며 징역 6월에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최씨가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