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경제 성장률 둔화를 막기 위해 드디어 공격적인 부양 정책을 사용한 것이다.
이번 금리 인하 조치는 추가 경기 부양책 시행의 신호탄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세 조정 정책을 주장하던 중국 정부의 통화정책이 완화쪽으로 완전히 기운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중국, 금리인하 카드 꺼냈다..2년여 만에 처음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21일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기습적으로 꺼내들었다. 2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1년 만기 예금 금리를 3.0%에서 2.75%로 25bp(0.25%포인트) 낮춰 잡은 것이다. 1년 간 대출 금리는 종전의 6.0%에서 5.60%로 40bp(0.40%포인트) 내려갔다. 또 예금금리 상한 기준은 1.1배에서 1.2배로 확대됐다
이번 금리 인하 조치는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 7.5% 달성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만일 목표치 달성이 실패한다면 중국은 지난 1998년 이후 처음으로 7.5% 이하의 성적표를 받게되는 것이다.
중국의 지난 3분기 경제 성장률은 7.3%로 지난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제조업부터 부동산 지표까지 일제히 악화되는 흐름을 보이며 경제 성장 둔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더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지난달 70개 주요 도시 평균 신규 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8% 내려 6개월째 하락세를 지속했다.
◇중국 GDP 성장률 변동 추이(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향후 중국 경제 성장률이 7.0% 이하로 추락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줄리안 에반스 프리차트 캐피탈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 성장률은 오는 2016년까지 6.5%를 기록할 것"이라며 "6%를 밑도는 성장률이 향후 10년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리쑨레이 하이퉁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중국 정부가 구조 개혁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경제 성장률은 위험 수준인 7% 부근까지 하락할 것"이라며 "금리 인하 조치는 내년 성장률 전망을 밝게해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왕타오 UBS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금리 인하는 시기적으로 매우 바람직했다"며 "성장률 둔화와 물가 하락으로 실질 금리가 올라감에 따라 기업들의 재무 상태가 급격이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한계 느낀 중국,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 '솔솔'
이번 금리 인하 조치는 중국 정부의 통화정책 기조가 완화 쪽으로 완전히 돌아섰을 것이라는 분석을 강화시켰다. 이번에 금리를 내리기 전까지만해도 중국 정부는 줄곧 대규모보다는 미니 부양책으로 경기 침체에 대응해왔다.
로이터통신도 "2년여 만에 처음으로 금리가 내려간 것은 베이징 당국과 인민은행의 정책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소규모에서 과감한 부양책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안심했던 고용 전망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싱크탱크의 한 이코노미스트도 중국 지도부의 관점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시티그룹에 따르면, 중국의 고졸 및 대학원 졸업생 고용 수요는 늘어나고 있음에도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난은 여전히 심각하다.
인종리 중국사회과학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이 아직 양호하지만 추가 성장 둔화에 따른 악영향은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또 한번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정부 소식통은 인민은행이 디플레이션을 우려해 금리를 또 다시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헤리슨 후와 장닝 UBS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이 내년 말까지 금리를 0.5%포인트 더 낮추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취홍빈 HSBC 이코노미스트도 "취약한 경기 활동과 가중되고 있는 디플레이션 압력 때문에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인민은행이 내년까지 부양적인 가격 조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추가 부양에 따른 개혁 지연에 대한 부담감 역시 함께 안고 있다. 중국 정부는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 산업 구조조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개혁이 지연된다면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핵폭탄으로 지목돼온 부채 문제가 크게 불거질 수 있다. 이미 3분기 기준 중국 은행들의 부실 대출과 부실지급보증액을 합친 부실채권(NPL) 규모는 지난 2005년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경기가 부진한 상황 속에서 은행들이 무분별하게 대출을 늘리며 부실을 떠안게 될 수 있다"며 "또 중국 정부가 이 같은 부담을 해결해주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다시 형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