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기자] 정부가 국내 경제와 산업의 대표성을 띄는 종목 30개를 선별해 한국식 다우지수(가칭 'KTOP 30')를 만들겠다고 밝히며, 기업들의 후속 움직임이 이어질 지 관심이 모아진다.
27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KTOP 도입으로 기대하는 배당과 액면분할이 실질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지수가 갖는 대표성이 확인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6일 발표한 '주식시장 발전방안'에서 시장인프라와 제도 효율화를 위해 한국판 다우지수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보잉·GE·MS·맥도날드처럼.."산업별 대표 초우량주 선별"
정부의 이번 발표는 국내 주식시장의 종목별 지수가 갖는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현재 코스피200, 코스닥스타지수 등 총 134개의 지수를 운영중이지만, 활용도는 낮다는 평가다.
금융위 관계자는 "모든 종목이나 200개 종목을 주가지수에 반영, 국내 경제와 산업구조를 대표적으로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산업이 호황이거나 전반적인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상장종목이 대폭 교체되지 않는 한, 지수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없는 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다는 얘기다.
◇다우지수 구성종목(자료=Bloomberg 홈페이지)
다우지수는 미국에서 지난 1896년 개발됐다. 실적, 브랜드, 가격, 지배구조 등에서 미국 내 업종을 대표하고 배당도 꾸준히 하는 초우량 기업 30개로 구성돼 있다.
금융, 기술, 헬스케어, 통신, 에너지, 필수소비재, 재량소비재 등 산업 전반을 아우르며, AT&T(이동통신), 인텔(반도체), 시스코시스템즈(네트워크 장비), GE(다국적기업), MS(소프트웨어), 코카콜라(식음료), 캐터필라(중장비업체) 등이 속해있다.
26일(현지시간) 기준 이들 종목의 1년 수익률은 13.6%, 주가수익비율(PER)은 평균 15.9배 수준이다.
류주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다우지수는 미국 내 수많은 기업들 중에서 초우량 30개를 선정해 100년 넘게 유지해 온 지수라는 상징성과 대표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KTOP 도입에 대해서는 "전체 지수에서 드러나지 않는 상위권 기업들의 실적 향상을 드러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상위권의 성적과 평균 성적 중 어느 쪽이 대표성을 갖는지 따져봐야 하고 논란의 여지도 있다"고 류 연구원은 평가했다.
◇실적·브랜드·가격도 평가..'황제주' 배당, 액면분할 효과 기대
가칭 한국판 'KTOP'으로 명명한 만큼 다우지수에 속한 종목들의 특징을 어느정도 반영하게 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금융위는 KTOP 편입을 위해 시가총액, 매출액뿐 아니라 가격(예 50만원 이하)과 거래량까지 모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면서 다우지수에 편입된 종목들의 주가가 3만원~20만원 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 지수가 국내 대표성을 띄게 되면 초고가주의 액면분할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배당 역시 정책당국의 활성화 기조와 맞물려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경우 애플이 다우지수 편입을 위해 7대1 액면분할을 추진, 지난 6월 기준 644달러 수준의 주가가 이후 92달러로 떨어지기도 했다. 현재 애플의 주가는 119달러 선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실제로 적극적인 액면분할에 나설 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류주형 연구원은 "애플이 실제로 다우지수 편입을 위해 액면분할을 실시한 게 맞다면 다우지수가 갖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일 것"이라며 "KTOP 개발이 금융위가 노리는 초고가주의 액면분할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지수의 대표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KTOP은 내년 상반기 중 도입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