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2012년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 시세조종으로 피해를 본 국내 투자자들이 거액의 부당이득을 취한 미국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피해자 개인의 손해배상과 함께 사실상 외국 업체가 국내시장에서 불법행위를 통해 빼돌린 국내 자금을 회수하는 시도여서 결과가 주목된다.
위더피플 로그룹(WE THE PEOPLE LAW GROUP) 법률사무소는 16일(현지시간) 미국 금융회사인 타워 리서치 캐피털(Tower Research Capital, 이하 TRC)을 상대로 미국 연방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에 원고로 참여한 사람은 최모씨 등 5명으로, 피해자들의 대표격이다. 이들은 2012년 국내 야간 선물시장에서 거래를 했다가 TRC의 알고리즘 매매를 통한 파생상품 시세조종으로 손해를 봤다.
국내에서 알고리즘 매매를 이용한 파생상품 시세조종사건이 적발되고, 이에 대해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국제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모두 처음이다.
최씨 등이 이번 소송에서 TRC를 상대로 청구한 금액은 부당이득금 141억원이다. 그러나 여기에 손해배상액까지 포함하게 되면 청구금액은 그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5월 증권선물위원회는 미국 알고리즘 전문회사와 소속 트레이더들을 코스피200 야간선물시장에서 시세조종을 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고발장에 따르면, 미국에 있는 알고리즘 트레이딩 전문회사 소속의 트레이더 4명은 2012년 1~12월 개인투자자 위주인 코스피200 야간선물시장에 진입한 후 알고리즘 매매 기법을 이용해 시세를 조종했다.
알고리즘 매매는 트레이더의 의도가 반영된 주문 방법 등을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사전에 설정된 특정 조건에 부합하면 주문이 제출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TRC는 2012년에 거래한 1203월물, 1206월물, 1209월물, 1212월물 등 총 4개의 선물계약물에 대해 불법 자기거래 및 부당 시세 조종행위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내부 산정식에 따라 TRC의 부당이득 금액을 141억원으로 산출했지만, 위더피플 로그룹은 TRC가 가장매매 등 총 382만8127계약 매매를 통해 약 1조9000억의 부당한 거래를 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위더피플 로그룹은 손해배상 청구 범위를 TRC가 시세조종으로 불법 취득한 141억원뿐 아니라 TRC가 야간 선물시장에 손해를 끼친 모든 피해에 대한 배상까지 청구할 계획이다.
TRC가 2012년 한 해 동안 거래된 계약의 55%에 대해 시세 조종 등의 불법을 자행한 것이므로, 당시 코스피 선물 거래자 대부분이 본인도 모르게 부풀려진 가격에 매입하거나 하락한 가격에 매도하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12년 사건 당시 야간 선물시장의 거래 규모는 일일 평균 약 3조6000억원, 연간 누계 약 882조원으로 거래량 규모에서 세계 8번째로 큰 Stock Index 선물시장이었다.
이 중 TRC는 35%의 시장지배력을 보유하면서 시세 조종 등 불법을 자행해 2012년 KOSPI 선물 거래자 대다수가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에 피해를 입었다. 최씨 등 피해 원고들은 이번 소송에서 TRC가 얻은 부당이득액 141억의 환수 뿐만 아니라 야간선물시장에 끼친 손해액 전부를 배상하라고 청구할 예정이다.
미국 검찰도 TRC 관계자들을 강제 소환해 조사했으며, 증권 및 선물 사기 혐의와 선물시장 거래 조작으로 기소했다.
미국법에 따르면, 선물시장에서의 시세조종은 중범죄로, 10년 이하의 징역과 10억달러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이번 소송에는 위더피플 로그룹 뿐만 아니라 국제 증권사기사건 전문로펌인 미국의 코헨 마일스테인(COHEN MILSTEIN SELLERS & TOLL PLLC)도 최씨 등 원고들의 대리인으로 참가하고 있다.
소송진행은 약 2년 정도로 예상된다. 미국도 우리나라 처럼 3심제도가 있지만 증권 집단소송의 95% 가량이 1심에서 확정되는 것을 감안할 때 상급심까지 올라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최씨 등 이번 소송의 원고들이 승소하게 되면 그 효과는 국내 피해자 전체에게 미친다. 다시 말해 이번 소송에 참가하지 않았어도 배상을 받게 된다.
◇미국 연방법원 내부(사진=미국 연방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