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현대카드는 보수적인 경영을 우선시 하는 금융권에서 유일한 '혁신'의 아이콘으로 알려져 서울특별시청 등 공공기관에서도 벤치마킹하려는 시도가 여러차례 있어왔다.
이 과정에서 본연의 의도와 악용되는 모습에 현대카드는 벤치마킹을 다소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특별시청은 직원들의 부서간 협조·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18일 현대카드의 '마켓 플레이스'를 벤치마킹해 사무실 칸막이를 없애는 '실험'을 실시한 바 있다.
일반기업의 시스템을 공공기관이나 타 기업에서 벤치마킹하는 것에 대해 대부분 부러워하지만 현대카드의 속내는 그리 편치않다.
'혁신'을 목표로 정 사장이 최초 기획한 의도와 다르게 변질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오세훈 전(前) 시장은 현대카드의 '커리어마켓'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서울시청 구조조정에 접목시켰다.
서울시는 2010년까지 정원을 1300명 줄이고 기구 통·폐합을 통해 국(局) 단위 이상 7개 기구를 감축하기로 하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착수한 바 있다.
커리어마켓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인력배치를 결정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직원 스스로 사내 인력시장에서 자신을 매물로 내놓고 일하고 싶은 부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현재 70%의 인사이동이 커리어마켓을 통해 이뤄진다.
이처럼 커리어마켓이 인력감축과 무관한 데도 서울시는 유연한 인사이동만을 참고해 구조조정에 활용한 것이다. 당시 서울시는 "현재 있는 사람을 강제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퇴직에 따른 자연 감소분을 덜 채우는 방식으로 자연스러운 인원 축소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커리어마켓은 중앙집권형 인사제도에서 벗어나 시장원리에 입각한 자유로운 시스템이 본질이지만 의도와 다르게 대규모 구조조정에 적용돼 맘이 편치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최근에 진행한 박원순 시장의 '집단지성 광장' 행사에도 우려스러운 눈초리가 있다. 집단지성광장도 현대카드의 '마켓 플레이스(Market Place)'를 참고했다.
이 시스템은 직원들이 노트북과 필요 업무자료만 챙겨 칸막이 없는 열린 공간에서 2~3시간씩 얼굴을 맞대고 업무를 해보는 방식이다. 현재 현대카드는 한 달에 한 번씩 이 행사를 열고 50여명의 임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업무를 보며 특정한 주제 없이 자연스럽게 토론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시청 신청사에서 현대카드사의 '마켓 플레이스(Market Place)'를 벤치마킹 한 '집단지성 광장'에서 칸막이 없이 업무를 보고 있다. ⓒNews1
정태영 사장은 "현대카드의 마켓플레이스를 참고한 서울시의 실험이 성공여부에 심적부담을 느낀다"며 "몇사람이 활발하게 돌아다니고 회의를 소집하는 바람잡이 역할을 해주면 더욱 도움이 되고 탁구대 회의는 보기에 참신하다"고 말했다.
그는 "칸막이 없는 사무실은 반대한다"면서도 "하루종일 운영하는 게 아니라 한달에 한번 오후에 모여서 일하기 때문에 평소에 모여서 의논하고 싶거나 간단한 호의가 필요했던 일들이 쉽게 해결된다"고 덧붙였다.
현대카드는 현직 서울시장이 직접 방문해 기업문화를 배우거나 정태영 사장이 강연에 초청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 2008년 오세훈 전(前) 시장 시절 현대카드를 직접 찾았고 최근엔 지난 8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85회 희망서울아카데미'에 정 사장을 강연자로 초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