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韓가계빚 증가율 10년來 최고..악순환 우려"

美금리인상시 가계부채 부담·충격 클 것

입력 : 2015-01-06 오후 4:45:06
[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한국의 가계부채가 1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경제를 위험에 빠트릴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며 "소비를 위축시키고 경제를 악순환에 빠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가계부채는 6조4000억원 증가한 507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통계가 시작된 지난 2003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가계부채가 급증한 데는 지난해 기획재정부 장관에 취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내놓은 400억달러의 경기부양책 이른바 '초이노믹스'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최 장관은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과 총부채상환비율 등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한 점도 대출 증가를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아파트 가격(지난해 11월)이 전월대비 2.4% 올랐고 소매판매도 1.2% 증가했다며 긍정 평가했지만 이코노미스트들은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가계 부채는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나아가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릴 경우 소득 없이 가계빚만 더욱 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지난해 9월 한국 가계의 가처분 소득대비 부채비율은 160%를 기록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 초반을 웃도는 수준이다.
 
 
정책당국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가계부채 증가가 소비를 위축시키는 수준에 도달했다며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반면, 최 장관은 현재 가계부채 문제는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부채의 대부분이 고소득 가구에 집중돼 있고 디폴트 비율은 0.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가계 소득을 높여 부채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2017년까지 가처분 소득대비 부채 비율을 5%포인트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파이낸셜타임스는 경제가 회복 되기도 전에 미국 금리를 올릴 경우 한국은행도 금리를 인상해야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경우 부채 증가와 함께 금융 자산의 질이 악화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부채가 증가할수록 경제는 해외 충격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며 “부채가 늘면 이자 부담으로 소비는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도 “부채 부담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수출 둔화가 경제에 더 위협이 된다고 판단해 더욱 적극적인 경기부양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며 “장기적으로 악순환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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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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