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지난해까지 상무에 속해 병역 의무를 이행해오던 구자욱(22·삼성라이온즈)은 국내 야구계의 대표 '꽃미남'으로 유명하다. 189㎝의 큰 키와 잘 생긴 외모로 인해 얼핏 보면 당장 배우로 전업해도 무리가 없단 느낌이 들 정도다.
하지만 구자욱은 못생겨져도 괜찮다고 말한다. 다만 조건이 있다. 야구를 잘 하게 된다는 것이다.
'류중일 삼성 감독이 꼽는 차세대 1루수' 구자욱은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괌으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기자와 대화 도중에 "야구만 잘할 수 있게 된다면 '삼적화'가 찾아와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선언했다.
삼성 팬들이 만들고 흔하게 쓰는 은어 '삼적화'는 '다수의 삼성 선수가 팀에 입단한 이후 입단 이전의 멋진 외모가 모두 사라져 산적처럼 변신한다'는 현상을 가리켜 만든 말이다.
구자욱은 삼적화란 말을 익히 알고 있고, 야구만 잘할 수 있게 된다면 삼적화를 수용할 것이라고 했다. 군 복귀 직후 첫 시즌에 야구를 잘 하고 싶은 진심어린 마음의 표출이다.
그렇다고 해서 구자욱의 야구 실력이 다른 선수와 비교해 크게 처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빼어나다. 최근 몇 년간 '부동의 주전 1루수'라고 불리던 채태인이 구자욱의 전역과 삼성 복귀에 긴장해야할 정도다.
지난 2012년 삼성 유니폼을 처음 입은 구자욱은 1년간 퓨처스(2군)리그서 활약한 후 상무에 입대했다. 지난해 그가 상무 선수로 퓨처스리그에서 거둔 성적은 '3홈런 27도루 48타점 48득점, 3할5푼7리(241타수 86안타)'이며, 이같은 성적 덕택에 구자욱은 남부리그 타격왕의 영예에 올랐다.
류중일 감독도 그에게 '2015년 관심이 가는 선수', '차세대 삼성 1루수' 등의 영광스런 칭호를 붙여줬다.
기자와 구자욱은 10분쯤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나눌 얘기가 많았던 것이 아니다. 대화 도중에 삼성 팬은 물론 야구 팬이란 것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도 구자욱이 야구선수임을 파악하곤 "함께 사진 찍자", "사인을 해달라"며 다가왔기 때문이다. 구자욱은 10분간 10명이 넘는 요청을 받았다.
기자가 "전역 후 처음 팬들과 직접 만나는 자리인데 벌써부터 인기가 많다."며 웃으며 말하자 그는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고 앞으로도 감사해야 하나, 이제 실력으로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아직까지 1군 데뷔전을 해보지 못했다. 최대한 빨리 경기를 해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 이같은 목표의 달성을 위해 전지훈련장에서도 계속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자욱은 고교시절 주로 3루수를 맡아 경기했다. 하지만 상무 시절엔 1루수와 외야수의 모든 위치를 번갈아 맡았다. 내·외야에 걸친 멀티 플레이어로서 활용이 가능한 선수다.
삼성에 다시 돌아온 지금 어떤 포지션을 맡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아무래도 상대적 긴장감이 크고 움직임이 많은 내야보다 외야가 수비하기 편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기회를 온다면 어느 쪽이든 가리지 않고 뛸 수 있게 만반의 대비를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삼성은 상위권 팀이지만 자신에게 우연히 온 기회를 잘 붙잡고 주전으로 올라서는 선수가 적잖다. 치열한 경쟁에 따른 긍정적 결과다. 당장 지난해엔 '아기사자' 박해민이 주인공이었다.
구자욱은 충분히 '제2의 박해민'이 될만한 선수였다. 취재진이 이에 대해서 묻자 구자욱은 "지난해 (박)해민이 형이 한 번에 기회를 잡는 모습을 보고 정말로 대단하다 생각했다. 워낙 야구 센스가 뛰어나니까 나로서도 배울 점이 많다"며 "이승엽, 박석민 선배와 같은 팀의 주축 타자, 기회에 강한 선수도 나의 롤 모델"이라고 답했다.
구자욱은 '미남'이 아닌 '야구'로 성공하고 싶은 욕구가 정말 강했다. 그리고 전역 후 첫 해외 전지훈련에서 더욱 실력을 쌓으려 한다. 구자욱이 내년에 1군 경기에 모습을 보일지, 어떻게 활약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