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2기 신도시의 선두 주자격인 판교신도시의 전셋값이 심상치 않다.
재건축 이주 수요 탓에 전셋값이 널뛰는 강남권보다도 평균 전셋값이 높은데다,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도 80%에 육박할 정도다.
2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판교신도시 아파트 전셋값은 3.3㎡당 1555만원으로 지난 2013년 1월 대비 1172만원에 비해 33% 급등했다. 같은 기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가 1229만원에서 1490만원으로 21% 오른 것을 감안하면, 숫자로만 봤을 때 판교 전셋값이 강남권을 앞지른 셈이다.
◇ 강남3구·판교 아파트 전셋값 변동 추이 (단위: 3.3㎡당 만 원) (자료=부동산114)
실제로 삼평동 봇들마을 9단지 전용면적 115㎡는 2년 전에 비해 2억원 이상 오른 8억5000만원에 최근 전세 세입자를 받았다. 봇들마을 8단지 전용 101㎡도 역시 2억원 가까이 오른 7억3000만원에 전세가 거래됐다.
물론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입주 시기가 비슷한 강남3구 새 아파트 전셋값보다는 아직 낮은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재건축발 전세난이 심각한 강남권보다도 전셋값 오름세가 가파른 것은 의미있는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혁신학교인 보평초등학교 학군에 속해 워낙 전세 수요가 많다보니 물건이 나오자마자 거래된다"며 "특히 판교역 근처 30평대는 전세 물건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학군이나 지하철역 이용 등에서 동판교에 비해 다소 저평가된 서판교 일대도 전셋값 오름세가 무섭다.
판교동 판교원마을 9단지 전용 84㎡는 2년 전 대비 1억원 이상 오른 5억원 대에 전세 시세가 형성됐고, 운중동 일대도 전세 시세가 1억원 이상 뛰었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보평초 학군 아파트는 봄 이사철을 앞둔 요즘 전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 전셋값도 그야말로 하루하루 오르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중소형으로 신접살림을 시작하려는 신혼부부들의 경우도 아파트로는 동판교와 서판교 모두 물건이 없어서 상가주택에 딸린 투룸으로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판교 아파트 전셋값이 연일 고공행진 하면서 전세가율도 덩달아 뛰고 있다.
가격이 저렴한 중소형 아파트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볼 수 있는 전세가율 70% 이상 물건도 적지 않은데다, 80%에 육박하는 물건도 거래될 정도다. 중대형 고가아파트가 많은 판교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백현동 푸르지오그랑블 전용면적 139㎡는 최근 9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매매 시세가 13억원부터 시작하는 것을 감안하면 전세가율이 70%를 웃도는 수준이다.
8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진 봇들마을 9단지 전용 115㎡의 매매 시세는 10억5000만원에서 11억5000만원 선이다. 전세가율이 최고 81%에 달한다.
이미윤 부동산114 과장은 "혁신학교 학군을 선호하는 수요와 판교 테크노밸리 직장인 수요를 무시할 수 없다"며 "특히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연봉이 높은 임직원들은 고가 전세를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되기 때문에 전세가율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통상 입주 2년차, 4년차 등 입주 짝수년차 시기가 도래하면 재계약 등으로 인한 전세 매물이 쏟아져 가격이 조정되기 마련이지만 판교의 경우 지난 2009년 입주 이후 전셋값이 계속 올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하철 신분당선 개통으로 강남 접근성이 개선되고 편의시설도 입주 초기보다는 많이 형성됐기 때문에 서울에서 전세 살던 사람들이 많이 넘어오는 등 가격이 떨어질 만한 이유가 딱히 없었던 것이 전셋값 고공행진의 요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