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회사에 수천 억 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에 대해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 부장)는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선 전 회장에 대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억 1894만원의 업무상 횡령 혐의와 외국환거래법 위반,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하고, 2408억 배임혐의와 증여세 포탈, 배임수재 혐의 등에 대해서는 무죄로 봤다.
또 배임혐의로 함께 재판을 받아온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 전 회장이 사내 해외연수 규정을 이용해 아들에게 유학자금 1억1894만원을 지급한 부분에 대해 "2001년부터 있던 해외연수 규정에도 불구하고 선발돼 비용을 지원받은 유일한 사람이 아들이고, 사실상 사문화 된 해외연수 규정을 이용했다"며 횡령 혐의를 인정했다.
또 아들을 통해 해외투자펀드에 99만9975달러를 송금하며 신고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해외이주 수속 중이었다"는 선 전 회장의 주장을 배척하고 유죄로 판단했다. 아울러 골프장 부지를 매입하며 타인의 명의로 등기한 부분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우리사회 기업들 사이에 만연한 1인 지배주주 또는 대표이사에 의한 전횡적이고 방만한 회사 경영에 경종을 울리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선 전 회장이 횡령액 전액을 공탁한 점과 하이마트를 급성장시켜 사회에 공헌한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News1
재판부는 나머지 혐의에 대해선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특히 선 전 회장과 관련해 검찰의 기소 내용 중 핵심인 2408억 원 배임 혐의 등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은 지난 2005년 선 전 회장이 하이마트 주식을 사모펀드인 '어피너티'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어피너티 측에 하이마트 부동산의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이를 담보로 제공해 회사에 2408여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로 선 전 회장을 기소한 바 있다.
재판부는 근저당권설정계약서 영문본을 근거로 "어피너티 측의 채무가 변제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합병에 이르기 전까지는 하이마트가 이 사건 근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을 잃게 될 위험은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유진기업이 하이마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유진기업 유경선 회장으로부터 청탁 대가로 저가에 주식을 취득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유일한 증거가 되는 유 회장의 진술이 검찰 조사와 법정에서 바뀐 점과 함께 유 회장의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상식에 반해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어피너티 측에서의 사실조회 회신 등을 근거로 "비록 매수가 총액은 경쟁 업체가 더 높았지만 손해 배상액의 한도와 기간 등에서는 유진기업의 조건이 훨씬 더 유리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특히 유 회장의 진술에 대해선 "단순 착각이 아니라 명백히 허위의 사실을 진술했다고 보인다"며 선 전 회장에게 지급하기로 약정된 400억 원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서 허위진술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선 전 회장이 하이마트 회장 재직 시에 지인과 여동생 등을 통해 협력업체들로부터 수억 원의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전부 무죄로 판단했다.
협력업체 중 한 곳이 2004년부터 7년간 선 전 회장의 가족들에 대해 편의를 제공하며 13억 6700만원 상당을 교부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IMF 때 큰 도움을 준 것에 대한 보답"이라는 선 전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아울러 선 전 회장이 2008년 이사회 결의 없이 자신의 연봉을 48억 원 증액 한 것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횡령에 대한 의심이 어느 정도 간다"면서도 하이마트의 최대주주였던 유진기업의 유 회장이 이를 승낙했거나 최소한 묵인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선 전 회장이 증여세를 포탈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모두 무죄로 결정했다. 특히 선 전 회장이 아들과 딸 명의로 주식 1500억 원 매수하고도 본인 명의로 양도소득세 과세표준을 신고해 745억 원의 증여세를 포탈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어피너티가 먼저 신고의무를 면하기 위해 투자자 1인이 10% 이하로 지분을 취득할 것을 권유하였기 때문임도 기록상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밖에 아들의 신혼여행 기간 중에 급여를 지급한 것과 딸의 그림과 자신이 보유한 그림을 회사에 비싸게 되팔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했다. 이외에 유죄가 인정된 외국환 거래법 위반 혐의를 제외한 다른 외국환 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로 봤다.
선 전 회장은 106억7000만원의 배임수재, 179억400만원의 업무상횡령, 3억의 배임, 2408억8000만원의 M&A과정에서의 배임, 752억원의 증여세포탈, 8억2000만원의 해외부동산거래를 통한 조세포탈 등 혐의로 기소됐다.
유 회장은 선 전 회장과 2008년 2월 이면약정을 체결하고 하이마트 지분 40%를 취득할 권리 등을 주고받아 배임증재 혐의로 기소됐다. 선 전 회장도 이 부분 업무상 배임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선 전 회장에 대해 7년에 벌금 1500억 원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