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손님에 들썩인 재계..총수들 릴레이 영접

입력 : 2015-01-26 오후 2:19:0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왕양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면담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지난 주말 중국 손님 방문으로 재계가 들썩였다. 중국은 우리 기업들에게 가장 큰 고객인데, 그런 중국에서도 경제분야 최고 실세로 꼽히는 왕양 국무원 부총리가 방한했기 때문이다. 대기업 총수들은 기꺼이 나가 그를 맞이했고, 각종 경제분야 협력방안도 테이블에 올랐다.
 
왕양 부총리가 방한한 것은 지난 22일이다. '2015년 중국관광의 해' 선포식 참석차 사흘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왕 부총리는 현 시진핑 정부에서도 무역·관광·농업·대외 등 경제부문을 총괄하는 실세 중의 실세로 꼽힌다. 특히 오는 2017년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총 7명) 진입이 유력시되는 등 차세대 지도자로 손꼽힌다.
 
왕 부총리와 재계의 만남은 방한 이틀째인 23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날 오전 서울신라호텔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직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로 자리를 옮겨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등을 잇달아 만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만남에서는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과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사장), 장원기 중국삼성 사장, 김봉영 제일모직 건설리조트부문 사장, 한인규 호텔신라 부사장 등 핵심 경영진들이 대거 동석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부친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삼성을 대표했다.
 
왕 부총리는 다음날인 24일 오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오찬에 참석한 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잇따라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전경련 오찬은 다보스포럼 참석차 자리를 비운 허창수 회장 대신 재계 서열 5위인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이 주재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권오준 포스코회장 등도 왕 부총리와 접견했다.
 
왕 부총리가 짧은 시간에도 재계 거물급들을 총망라해서 만날수 있었던 것은 우리 기업들의 중국 의존도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기업정보업체 CEO스코어가 지난해 11월 집계한 우리 기업들의 2013년도 대중국 매출액을 보면 삼성전자가 40조151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자동차가 19조4330억원으로 2위, LG디스플레이가 15조2300억원으로 3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2013년) 각 사별로 전체 매출에서 중국향이 차지하는 비중을 봐도 삼성전자가 17.6%, 현대차 18.2%, LG디스플레이 56.3% 등으로, 매출의 상당부분을 중국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이밖에 LG화학(4위, 10조1890억원), 현대모비스(5위, 9조1210억원), 삼성디스플레이(6위, 8조6200억원), 포스코(7위, 6조4930억원), LG전자(8위, 3조9720억원), S-Oil(9위, 3조9020억원), 삼성SDI(10위, 3조3620억원) 등이 중국향 매출 10위권에 포진했다.
 
이들 기업의 향후 중국 매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 시안에 70억달러를 투자해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지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삼성만이 생산하고 있는 3차원(3D) 낸드플래시 반도체 생산라인이다. 중국정부는 현재 1개인 생산라인을 3개까지 증설해 달라고 요청 중이며, 삼성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삼성은 반도체는 중국, 휴대폰은 베트남 등을 핵심 전략기지로 전환하고 있다.
 
동시에 이번 왕 부총리와의 면담에 제일모직과 호텔신라 쪽 대표들이 동석한 것을 놓고 삼성이 제조업 외에 호텔이나 리조트, 관광분야에도 중국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베이징과 옌청, 쓰촨 등에 7개 공장을 운영하며 매년 190만여대를 생산하고 있으며, 400개가 넘는 현대차 협력업체도 중국에 함께 진출해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허베이와 충칭공장까지 완공되면 중국에서만 매년 27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춰진다.
 
정몽구 회장은 이번 회동에서 "공장건설이 원활히 추진되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왕 부총리는 "현대차그룹과 중국의 협력관계가 앞으로 30년, 50년은 물론 그 이후로도 지속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지난주 실적과 함께 발표된 현대차와 기아차의 올해 사업계획을 보면 현대차는 중국공장에서 전년 대비 3.6% 많은 116만대를 생산하고, 기아차는 중국시장에서 올해 74만5000대를 팔아 시장점유율을 3.8%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LG그룹 역시 중국 현지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 LG화학은 지난해 난징에 전기차 10만대 이상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건설에 착수했고,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에 8.5세대 LCD패널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광저우 LG디스플레이 공장은 왕 부총리가 광둥성 당서기 시절에 허가한 인연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이 최대의 소비시장이자 생산기지라고 봐야 한다. 기업들이 중국을 꺾기 위해 중국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까지 왔다"면서 "지난해 한중FTA(자유무역협정)까지 타결되면서 앞으로도 기업은 물론 우리경제의 대중국 의존도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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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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