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증세 없는 복지' 논란 속에 지난해 예산 대비 국세 수입 결손액(세수 펑크)이 사상 최대 규모로 발생했다. 3년 연속 세수 펑크로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제는 '증세 없는 복지'라는 원론적인 얘기로는 더 이상 국가 재정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직면했다. 만성적인 세금 부족 현상 속 재정 균형을 찾기 위해 본격적으로 증세 논의를 하거나, 복지 축소 방안을 찾든지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뉴스토마토>는 4회에 걸쳐 국가재정 현실을 살펴보고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지난해 국세 수입이 당초 정부 계획보다 10조9000억원 덜 걷히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가 발생했다. 3년 연속 세수 결손 사태와 경기회복 지연 탓에 올해도 '4년 연속 세수 펑크'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대규모 세수 펑크 이면에는 위축된 경제활동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경제를 반영하는 거울인 세금이 안 걷혔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가 위축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지난해 기업들은 경기 침체 여파로 활동이 위축되고, 가계는 지갑을 닫았다. 따라서 법인세, 관세, 부가가치세 등 덩치가 큰 세목들이 줄줄이 덜 걷혔다.
그나마 봉급생활자들이 납부하는 근로소득세가 정부 전망보다 5000억원 더 걷혀 세수 결손 규모를 줄였다. 기업에서 못 걷은 세금을 봉급생활자 주머니를 털어 메운 모양새다.
◇사상 최대 '세수 펑크' 11兆..법인세 직격탄
24일 기획재정부의 '2014년 회계연도 세입·세출 마감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수입은 205조5000억원으로 당초 예산 대비 10조9000억원 부족했다. 지난해 세수 결손액은 사상 최대 규모로,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1998년(8조6000억원)보다 2조3000억원이나 많았다.
세수 결손은 2012년부터 3년째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세수 결손액 추이를 보면, 2012년 2조7000억원에서 2013년 8조5000억원, 지난해는 10조9000억원으로 10조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올해도 경기회복 지연으로 '4년 연속 세수 펑크'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이러한 세수 결손 사태는 경기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법인세, 관세, 부가가치세가 계획보다 덜 걷힌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업 실적 하락에 따른 법인세가 부진했고 내수부진과 환율하락 등으로 부가가치세와 관세 등도 덜 걷혔다"면서 "이외에도 저금리·주식거래 부진에 따른 소득세 부진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자료=기획재정부)
◇소득세로 메우는 나라곳간..'유리지갑'만 털렸다
실제 지난해 법인세수는 정부 계획보다 3조3000억원 부족한 42조7000억원에 그쳐 세수 결손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법인세는 전년과 견줘서도 1조2000억원 덜 걷혔다.
기업 이익에 부과하는 법인세는 기업 실적에 비례하는 특성 때문에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 세금 부과가 전년도 실적을 바탕으로 한다는 특이성도 있다.
따라서 경기 부진이 심각했던 2013년에 기업들이 영업실적이 악화된 것이 지난해 대규모 세수 펑크에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작년에는 법인세제의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법인세수 감소는 기업 이익의 감소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소비가 줄어들면서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내는 부가가치세 수입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부가가치세는 57조1000억원으로 정부 예산보다 1조4000억원 감소했다. 관세 실적도 예산대비 1조9000억원 모자랐다.
반면에 근로소득세, 종합소득세, 이자소득세, 양도소득세를 합한 소득세 총액은 정부의 당초 계획보다 1조1000억원 덜 걷혔지만 전년보다 5조5000억원이나 더 걷혔다.
이 중 봉급생활자들이 납부하는 근로소득세는 25조4000억원으로 예산보다 5000억원이 더 징수됐다. 정부는 근로소득세 증가분 중 상용근로자 수가 3.8% 증가하는 등 일자리 증가와 임금 상승에 따른 효과를 2조원으로 추산했다.
이와 함께 기재부 관계자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꿔 1조원의 세수 증가 효과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업에서 못 걷은 세금을 봉급생활자 주머니를 털어 메운 모양새로, 사실상 봉급생활자에 대한 '유리지갑 증세'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소득세수가 다른 세목에 비해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자연 증가뿐 아니라 경기 변동을 덜 타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자료=기획재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