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애경기자] 데이터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퇴근 길 집 근처 마트를 지나갈 때 할인 이벤트 문자 메시지가 날아오는 것도, 자신의 정보를 자세하게 알고 있는 누군가로부터 피싱 전화가 걸려오는 것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우리를 둘러 싼 일상이 데이터를 매개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Big Data)의 등장은 우리 생활과 산업 전반에 걸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빅데이터는 기업의 마케팅 활동을 넘어 정치, 행정, 보건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의 빅데이터 활용은 연구(R&D)부터 질환진료 , 산업에 이르기까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과제가 남아 있다. 16일 열린 한·영 미래의료포럼에서는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건강보험 자료 중심으로 구축
현재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건강보험 자료를 중심으로 구축돼 있다.
건강보험 데이터는 질병기호와 내원일수, 진료내역, 진료결과, 진료비, 처방·조제내역, 의약품 생산·수입·공급내역, 의료기관 시설, 건강보험 자격관리, 보수월액 등 14억건 522TB(테라바이트) 규모에 달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작년 4월부터 보건의료빅데이터센터(이하 빅데이터센터)를 운영, 민간에 개방하고 있다. 이용을 원하는 사람은 빅데이터센터에 직접 방문하거나 이용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원격 접속해 자료를 추출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00만명 대상 건강상태, 의료이용 등을 포함한 표본코호트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공개하고 있다.
유전체 역학정보도 구축돼 있다.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과 17개 단위은행은 네트워크를 구축해 60만명분 인체자원을 확보해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국립암센터의 암등록통계,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등 보건의료 데이터도 확보되어 있다.
◇R&D·정책개발·제약산업 등 다양한 활용 기대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연구(R&D)부터 정책개발, 임상진료, 의료서비스·제약·의료기기 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암, 치매 등 질병 관리에 적용할 수 있다.
공선영 국립암센터 시스템종양생물학과 교수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맞춤형 항암치료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국립암센터(암발생등록, 말기암환자)와 건보공단(요양급여비용 청구내역, 건강검진), 통계청( 사망자료) 자료를 연계해 암 진단 후 첫 치료까지의 기간과 첫 치료 의료기관의 연 수술 규모에 따른 생존율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직장암과 유방암은 치료가 1달 이상 지연된 경우 낮은 생존율을 보였고 대형병원의 장기대기보다 지역병원 중심의 암 치료체계 구축이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도출했다.
공 교수는 "대형병원은 진료 대기시간이 상당히 긴 경우가 많다"며 "직장암과 유방암의 경우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환자의 예후에 좋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암은 무증상, 증상발현, 확진, 재발, 사망에 이르기까지 전주기적 과정을 밟는다"며 "어느 시점에 어떤 진료를 시행해야 할지에 대한 정답을 빅데이터가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신약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다.
아슐라 헤라스 아스트라제네카 통계부 박사(책임자)는 환자 데이터를 활용해 치료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지도를 만들어 신약 개발에 활용한 사례를 소개했다.
헤라스 박사는 "이 지도는 저희 치료제에 가장 많은 효과를 보는 환자를 추출해 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신약 개발 실패율을 낮추면서도 최고 수준의 치료제를 최단 시간에 환자에게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보호법으로 활발한 활용에 한계 있어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활용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건강보험 자료와 유전체 역학정보, 암등록자료, 병원 진료기록 등 각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통영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각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연계되지 않아 많은 곳에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심사평가원, 건보공단 등 공공기관들이 일부 정보를 공개하고 있으나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가 차원의 전략이 수립되지 않은데다 전문인력 등 인프라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 과장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빅데이터 활용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그는 ▲고품질 빅데이터 생산 ▲빅데이터의 활용 및 가치창출 지원 강화 ▲빅데이터 관련 인프라 강화 등 3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과제도 지적됐다.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인해 보건의료 빅데이터가 활발하게 활용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고학수 서울대 법대 교수는 "현행 법은 개인정보와 의료정보를 확실하게 구분해 정립하고 있지 않다"며 "보건의료 연구자들은 연구 초기단계부터 법이나 정책 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개인정보를 암호화해 관리하더라도 해킹 등 외부의 전자적 침해가 있을 경우 유출 우려는 피할 수 없는 것도 문제로 제시됐다.
현재 개인정보는 이름과 성별, 나이 등 각 정보별로 분리, 암호화해 따로 관리하고 있으며, 연구 등에 활용할 때 다시 암호를 풀어 정보를 매칭해 사용하고 있다.
◇한영 미래의료포럼(사진제공=보건산업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