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애경기자]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면역' 개념을 도입한 항암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항암 면역세포치료제는 인체의 면역세포(수지상세포, 자연살해세포, T세포 등)를 이용해 만든 약제다. 독성이 적은데다 높은 효능도 기대할 수 있어 획기적인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다.
◇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LC(사진제공=녹십자셀)
24일 업계에 따르면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에 발빠르게 나서는 기업은 녹십자다.
자회자인 녹십자셀은 2007년부터 간암 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LC'를 조건부 허가 받아 환자에게 사용하고 있다.
이뮨셀-LC는 2012년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 시험을 완료했으며, 작년 2월 간암 수술을 마친 초기 간암 환자에 대한 사용 승인도 받았다.
최근 면역세포치료제가 알려지면서 이뮨셀-LC의 사용이 늘고 있다. 이뮨셀-LC 처방은 지난해 1분기 월 평균 50건 정도였지만, 같은해 4분기에는 월 평균 220건으로 4내 이상 늘었다.
이뮨셀-LC는 간암 외에도 뇌종양 적응증을 추가할 에정이다.
녹십자셀 관계자는 "새로운 약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환자도 의사도 받아들이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작년 하반기부터 매출이 상당히 늘어나고 있어 올해는 100억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자회사 녹십자랩셀도 NK세포 치료제 'MG4101'을 개발하고 있다.
MG4101는 체내 암세포를 파괴하는 '자연 살해(NK, Natural Killer)' 세포를 이용한 약으로,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완료하고 올해 안에 임상 2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JW중외신약의 자회사 JW크레아젠도 면역세포 치료제 부분에서 진척을 보이고 있다.
JW크레아젠은 작년 12월 일본 면역세포치료제 2위 기업인 테라와 간암 면역세포치료제 '크레아박스-HCC'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하고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약은 현재 임상 3상 시험을 진행중에 있다.
JW크레아젠은 교모세포종 면역세포치료제 '크레아박스-BC'도 연구하고 있다. 이 약은 현재 임상 1상을 마치고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
연구기관의 면역세포치료제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국립암센터는 면역세포치료제 티터앤티셀과 앱비앤티셀, 위티앤티셀 등 3종을 연구하고 있다.
티터앤티셀은 작년 4월부터 폐암, 위암, 췌장암, 간암 등 다양한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실시하고 있다. 앱비앤티셀과 위티앤티셀도 버킷 림프종, 비인두암, 호지킨 림프종 등 환자에 대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셀텍, 바이넥스 등 바이오기업들도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다수의 약제들이 수 년내 선보일 예정이다.
면역세포 치료제는 일반적으로 암환자의 면역세포를 분리해 생체 외에서 2주 정도 배양 및 증식해 항암능력을 극대화한 후 암환자에 다시 주입하는 방식이다.
면역세포치료제는 인체세포를 이용해 독성이 적고 안전성이 높으며, 특히 전이암에 우수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상용화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진수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먼저 암환자의 몸 속에서 암 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를 찾아내야 한다"며 "이 세포를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훈련시켜야 하는데, 환자가 해당 세포를 가지고 있느냐, 그리고 실제로 몸에 넣었을 때 암세포를 죽이느냐도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론적으로는 인체세포를 이용해 독성이 적을 것이라 예상하지만, 면역세포가 암세포와 비슷한 세포를 죽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철저한 임상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량생산이 불가능한 것도 지적됐다. 이 교수는 "현재는 환자마다 그때 그때 만들어서 사용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여러 사람에게 맞는 면역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싼 약값도 한계로 제시됐다. 통상 1회 투여에 약 400만~500만원이 소요되고 1사이클 치료에 2~4회를 투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고 2000만원 정도의 치료비가 든다. 면역세포치료제 제조에 고가의 GMP 제조시설, 첨단 생산 설비 및 장비가 필요하며 2주 이상 배양기간이 필요해 생산 단가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