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돌린 정유업계, 2분기는 어떨까?

정유 3사, 1분기 흑자전환..향후 전망은 '안갯속'

입력 : 2015-05-03 오후 3:03:47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정유사들이 올 1분기 일제히 흑자로 전환하면서 2분기도 회복세를 이어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유사들은 수익성 개선으로 일단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면서 막대한 재고평가손실을 피할 수 있게 돼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긴장의 고삐는 여전히 놓지 못하고 있다. 실적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가 뒷받침 돼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는 수요를 견인할 만한 호재들이 마땅히 없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3일 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매출액 3조1192억원, 영업이익 95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액은 41%, 영업이익은 6.8% 감소했다.
 
앞서 지난달 말 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096770)은 매출액 12조455억원, 영업이익 3212억원을 거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액은 28%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로는 흑자전환했다. S-Oil은 매출액 4조3738억원, 영입이익은 238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42.5%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무려 407.3%나 급증했다.
 
국내 정유 4사의 영업이익/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S-Oil(010950) 역시 전 분기 대비 흑자로 돌아섰다. 5월 둘째주 실적 발표가 예상되는 GS칼텍스도 3000억원 내외의 영업이익을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정유 3사는 매출액 감소에도 영업이익은 급등하는 이례적인 성적표를 내놓았다는 평가다.
 
외형 축소에도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석유사업 부문이 빠르게 회복된 덕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국제유가 급락과 정제마진 약화, 석유 제품 수요부진 등의 '삼중고'로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됐다. 이로 인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S-Oil는 지난해 총 9773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최악의 성적표를 내놨다.
 
올 1분기도 출발은 불안했다. 1월까지 국제유가는 배럴당 40달러대로 추락했고, 정제마진도 이렇다 할 기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2월 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최종 석유제품에서 수입원유의 가격을 뺀 복합정제마진은 1분기 평균(싱가포르 시장 기준)은 배럴당 6.6달러를 기록했다. 2월 말에는 9달러대로 올라서는 등 지난 2008년 이후 6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아시아 지역 내 정유사들이 정기보수에 돌입하면서 일시적인 수급난이 발생한 덕이다.
 
유가하락이 진정된 점도 수익성 개선에 일조했다. 국내 도입원유의 8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2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두 달 간 50달러 중반을 유지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SK이노베이션과 S-Oil은 올 1분기 석유부문의 재고평가손실이 각각 2800억원, 1450억원을 기록, 전 분기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문제는 실적 회복을 이끈 요인들이 수요와 무관한 수급불균형과 직결됐다는 점이다. 정제마진의 경우 정기보수와 미국 정유업계 파업에 따른 생산량 감소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일시적 호재에 불과한 탓에 당장 2분기부터 하락세가 점쳐지고 있다.
 
국제유가 전망이 불투명한 점도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두바이유는 당분간 55~65달러대가 예상된다"면서 "최근 유가가 급반등하고 있지만 공급과잉 상태는 변함없기 때문에 박스권에서 크게 벗어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중동 산유국들은 이란과 이라크, 미국 셰일오일 등 원유생산 확대에도 감산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때문에 국제원유 시장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한 중동과 미국간 '치킨게임' 양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 내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치킨게임이 종료되기 전까진 현재의 저유가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얘기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1분기는 공급 부문에서 일시적 호재가 발생하면서 회복된 측면이 크다"면서 "최근 저유가 기조로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신호도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세계 경기가 계속해서 침체 상황이기 때문에 대폭적인 실적 개선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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