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월지급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은퇴와 함께 직면하는 가장 큰 불안이 월급이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생활비는 비슷한 수준인데 월급이 사라진다면 큰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이미 저금리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에서는 월지급상품에 대중화돼 있다. 최근에는 투자수익률이 낮다는 이유로 인기가 시들했지만 전문가들은 노후를 대비해 월지급상품을 하나 쯤은 갖고 있는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은행 1억 예치시 월 18만원..턱없이 부족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가 시작되면서 월지급상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사진/뉴스1
기존의 노후 준비는 퇴직금을 은행에 예치하고 이자를 받는식이었다. 현재 예금금리가 2%인 시중은행에 1억원을 예치하면 월17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생활비로는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또 이자를 제외하고 남은 원금의 가치가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줄어드는 데다 저금리 장기화로 은행 예금에 대한 이자수입도 감소하는 추세다.은퇴 이후 소득을 대체할만큼 수익을 가져다주는 월지급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금융종합과세 최고세율 기준금액을 종전의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수익을 한꺼번에 받는 금융상품은 새액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의 시기를 분산시킬 수 있는 월지급식 상품을 통해 재테크와 세테크를 추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이 흐름에 맞춰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즉시연금, 이표채권 등 다양한 월지급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상품은 1억원을 예치할 때 매월 받을 수 있는 금액이 5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수익률이 높으면 그 만큼 변동성이 크고 원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위험을 인지해야한다. 시중은행의 PB팀장은 "노후를 대비하는 월지급상품은 원금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상품의 특징을 정확히 이해하고 목적에 맞는 투자전략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노후대비 안했다면 '즉시연금보험'
월지급상품은 크게 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 즉시연금 등으로 나눈다. 개인적으로 노후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즉시연금보험'이 추천된다. 즉시연금보험은 만 45세 이상 가입자가 목돈을 넣어두면 가입 후 1개월 후부터 매달 이자를 받는 구조로 퇴직 이후 현금 흐름이 불확실한 이들에게 필요한 상품이다. 또한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이 있어 절세와 노후대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기대수익률은 연 4%수준으로 높지 않으나 금리가 하락해도 일정 수준을 보장해주는 최저보증이율이 있기 때문에 살아있는 동안 매달 지급받는 종신형은 예금이자보다 더 많은 수령액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초기비용이 크고 중도에 해지할 수 없다는 점이 단점이다.
◇월지급식ELS, 기준 미달시 월지급액 못받을 수도
월지급 ELS나 펀드는원금 손실 가능성에 유의해야한다. 사진/ 뉴스1
월지급 ELS도 주목할 만하다. 월지급식ELS는 지수나 개별종목 등 기초자산이 가입 당시 정해진 기준을 충족시키면 약속한 금리를 지급하고 만기에 원금을 되돌려주는 상품이다. 따라서 만기시 조건이 미달성하더라고 원금 손실 위험은 낮출 수 있다. 통상 ELS는 초기상환 시점이나 만기 시점의 원금과 수익금을 한꺼번에 지급하는데 월지급식ELS는 기초자산의 가격과 연계해 일정 조건을 달성하면 수익금을 나눠서 배분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코스피200지수와 미국 S&P500지수, 홍콩 H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의 경우, 기준이 두 지수가 최초 주가지수대비 40%밑으로 하락하지 않으면 매월 1% 수익금을 지급받는다고 하자. 이때 세 지수가 모두 가입시점의 기준을 만족시키면 원금을 지키면서 1%의 지급금을 받게된다. 하지만 세 지수 중 상환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월지급액을 받지 못하며 일반 ELS에 비해 제시된 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이춘호 미래에셋증권 웰스매니지먼트 부장은 "ELS는 만기가 3년 이내로 짧고 6개월 마다 조기상환이 가능하지만 만기 이전에 해지할 경우 중도해지수수료가 5~7%로 높다"며 "꼭 필요한 자금보다는 여유자금으로 가입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월지급식펀드, 수익 낮으면 원금 손실 가능성 '유의'
월지급식펀드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월지급식펀드는 일반 펀드가 환매시점에 원금과 수익을 한꺼번에 주는 것과 달리 연금처럼 수익의 일부를 매월 연금처럼 지급하는 펀드를 말한다. 가입금액의 0.5~-.8% 부분을 환매비율로 정해 운용하는데 금융기관들은 원금에 대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채권과 주식을 혼합해 운용하고 있다.
수익이 나면 원금 손실 없이 월지급액을 받을 수 있지만 만일 분배에 필요한 운용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원금을 쪼개서 분배금을 지급한다. 따라서 분배금이 지급된 만큼 펀드의 기준 가격이 하락한다는 점을 유의해야한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분배금 재투자에 의한 복리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에 장기투자보다는 현금 흐름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좋다. 자산관리 전문가들이 20~30대의 젊은 투자자들보다 은퇴 이후 현금수입이 필요한 50~60대에 더욱 적합한 상품이라고 얘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저금리와 고령화를 앞서 경험한 일본에서는 월지급식펀드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다.
현금이 충분하고 임대수익이 있더라도 투자의 안정성을 위해 월지급식상품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필요해보인다. 특히, 월지급상품의 경우 월지급금액(수익률)보다 전체 원금을 어느정도 관리하며 수익을 내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운용관계자는 "은퇴시점에서 본인의 현금흐름과 필요한 현금흐름을 확인한 뒤 목적에 따라 즉시연금보험은 생활비로 돌리고 펀드나 ELS를 통해 추가 수익을 확보하면 적절한 자산배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월지급 상품에 가입할 때는 월 지급금액이 고정되어 있는지 또는 만기 상환 금액은 고정되어 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하며 해외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의 경우 환헷지 여부도 반드시 체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