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 또 다시 유동성 바람이 불고 있다. 외국인들의 러브콜이 줄을 잇는 가운데, 강력했던 투신권 매도 행렬까지 잦아든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도 지난달 같은 유동성 장세가 재현될 수 있을 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12일부터 7거래일 동안 순매수를 이어갔다. 이 기간 사들인 주식 규모도 1조원에 육박, 직전 7거래일(4월29일~5월11일) 순매수 규모인 958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외국인들은 내츄럴엔도텍 사태로 투심이 위축됐던 코스닥 시장으로도 다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외국인은 이번주만 1000억원 넘는 물량을 순매수했고, 이달 들어서는 880억원 가량을 사들여 월별 기준으로 올해 첫 순매수를 보여줬다.
대외 리스크가 한풀 꺾이면서 외국인 투자심리를 자극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금융 시장을 흔들던 독일, 미국 국채 금리 급등세가 진정되고 있고, 미국 조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멀어지고 있다.
외국인과 함께 투신권 매매 기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간 투신권은 지수 상승 국면 속에서도 주식형 펀드 환매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식을 내다 팔아왔다. 하지만 52일 동안 이어진 투신권 매도 행진은 최근 고객예탁금이 불어난 것과 맞물려 지난 13일 결국 멈춰섰다. 지난 18일부터 매도세가 재개되긴 했지만 그 규모가 예전만큼 크지는 않다.
이현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월 말 15조원대에 불과했던 고객예탁금은 현재 20조원대까지 증가했다"며 "이를 주식 시장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면 6개월간 이어진 주식형펀드 자금 유출이 반전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기관의 투심 개선으로 '제 2의 유동성 장세'가 다시 연출될 것이라는데 무게를 싣고 있다. 지난달 국내 증시는 세계 각국의 양적완화와 금리 인하 효과로 호황 국면을 맞은 바 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유동성 장세는 연장될 수 있다"며 "3분기 코스피는 연중 고점에 도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기 회복세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유동성 장세가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증시가 강세를 보이려면 글로벌 경제가 인플레·경기 회복을 표출하거나 한국 경제가 글로벌 내에서 상대적으로 강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윤경 기자 ykch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