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새로 도입한 '나눔카 주택'이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주차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임대주택에 주차난은 물론, 보안상의 문제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나눔카 주택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임대주택 30개 동 가운데, 아직까지 나눔카 전용 주차면을 확보하지 못한 곳은 12개 동(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눔카 주택사업은 시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임대주택 8만 가구 공급 계획의 일환이다. 전용면적 30㎡이하 매입형 공공원룸주택에 나눔카 차량 1대를 배치, 원룸 거주자 뿐 아니라 주변 지역 주민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함으로써 임대주택을 중심으로 교통문화 변화를 선도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시범사업지로는 마포구 망원동 공공원룸 16가구를 비롯해 ▲성북구 30가구 ▲도봉구 46가구 ▲구로구 50가구 ▲중랑구 68가구 ▲노원구 54가구 ▲강서구 23가구 ▲서대문구 31가구 ▲양천구 36가구 ▲동대문구 84가구 ▲은평구 12가구 등 주로 비강남권에 총 30개동, 450가구가 배정됐다.
하지만 주차면 확보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아 시범사업 단계에서부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차면을 확보하지 못한 12개동에서는 반대 의견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사업 부진의 이유로 기존에도 적은 주차면의 1면을 나눔카 전용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반감과 인근 주민들과 함께 사용함으로써 안전·보안상의 문제가 우려된다는 입주민들의 반대 민원을 꼽고 있다. 현재 시내 매입형 공공원룸주택의 주차대수는 가구당 0.4대로, 지난 1월 발생한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화재 사건 이후 강화된 도시형생활주택 주차대수 기준인 가구당 0.6대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시는 시범사업 이후 신규 매입하는 공공원룸주택에 대해서는 관련 부서와의 협의를 통해 나눔카 주택으로 사전에 선정, 입주자 모집공고 단계에서부터 안내해 입주민들의 불만을 원천 차단할 계획이다. 또, 반대 민원을 제기하는 주택에 대해 지속적인 설득을 추진하되 설득이 불가능할 경우 아예 사업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나눔카 전용 주차면이 있는 공공주택에 입주를 신청한 자가 세대원 전원이 차량을 소유하지 않았을 경우 우선 입주할 수 있도록 가점도 부여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역시 매입형 공공원룸주택 공급 자체가 원활치 않은 상황에서 효과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3년 간 시가 매입한 공공원룸주택은 131동, 2507가구에 달하지만 실제로 공급된 물량은 76동, 1500가구로 매입 물량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 관계자는 "시범사업 이후 계약분에 대해서는 주관 부서와의 협의를 통해 추가사업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공공원룸주택에 인근 주민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용 차량을 배치하는 형태의 나눔카 주택이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사진은 주차난에 시달리고 있는 수도권의 한 원룸촌 일대. 사진/ 뉴시스
방서후 기자 zooc60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