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막구균 뇌수막염(Neisseria meningitidis)은 뇌에 염증을 일으키는 급성 감염병이다. 감기와 증상이 유사하지만 과거 치사율이 50%에 이를만큼 치명적 질환이다. 최근 초기 진단과 치료로 10%까지 낮췄다고 하지만 백신 접종을 통한 사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5년(2010~2014년) 동안 수막구균 뇌수막염 환자 350여명이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70여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꼴이다.
수막구균 뇌수막염은 감기와 증상이 비슷하지만 48시간 안에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생존하더라도 부작용이 심각해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이 중요하다.사진/뉴시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선진국 발병률은 감안해 국내에 매년 최소 250명 이상이 수막구균 뇌수막염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심평원 집계상 발생률과 4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는 수만구균 검체 파악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수만구균 진단법은 혈액검사, 뇌척수액 항원검사, 중합효소 연쇄반응검사가 있다. 이중 뇌척수액 항원검사가 가장 널리 사용된다. 뇌척수액을 뽑아야 하는데, 수막구균 뇌수막염 환자의 대부분은 혼수상태로 응급실에 실려온다는 게 문제다. 환자가 의식이 없거나 경련을 일으켜 뇌척수액 항원검사를 시행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검사를 할 시간적인 여유도 없다. 항원검사를 확인하기 위해선 7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수막구균 뇌수막염은 병의 진행이 빠르다. 대체로 6~48시간 안에 사망에 이른다. 시급히 항생제를 투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드물게는 병의 예후가 더딘 경우도 진단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환자가 감기 증세로 오인해 동네 병원에서 이미 항생제를 복용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항생제가 투여되면 진단율이 떨어진다. 수만구균은 항생제 감수성(균이 억제되는 정도)이 높아서다. 사실 검출되지 않을 뿐이지 실제론 수막구균이 남아 있다.
의료진의 경험으로 수만구균 뇌수막염이 의심되지만 정확한 균주 원인은 파악되지 않는 셈이다. 진단도 비특이적 세균성 뇌수막염으로 내려진다.
유병욱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수막구균 뇌수막염은 치사율이 높아 긴급대처가 가장 중요하다"며 "증상이 의심되면 바로 강력한 항생제를 바로 투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생제로는 세프트리악손, 세포탁심, 페니실린 등이 사용된다. 통상 치료 기간은 10~14일이다. 다만 항생제를 투입해도 사망률은 50%에 달한다. 생존하더라도 10~20% 정도는 청력상실, 사지절단, 뇌손상, 마비 등 심각한 후유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의료진은 백신접종을 통한 예방이 최선이라고 강조한다. 백신은 다당백신과 단백접합백신으로 분류된다. 다당백신은 단백접합백신보다 먼저 개발돼 오랫동안 사용됐다. 하지만 면역원성(면역 강도)이 낮아 항체 지속 시간이 짧다. 추가 접종을 실시해도 예방능력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
단백접합백신은 다당백신의 한계를 보완한 것이다. 면역원성이 다당백신보다 높다. 예방 기간이 길고 영유아에서도 면역반응을 유발한다는 게 특징이다. 국내에 출시된 단백접합백신은 사노피파스퇴르 '메낙트라'와 노바티스 '멘비오'가 있다.
유 교수는 "백신을 접종하면 수막구균에 대한 면역 항원체가 생겨 수만구균 뇌수막염의 예방효과가 있다"며 "둘다 항체를 오랫동안 강하게 유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막구균 백신은 환자 감소율을 현저하게 감소시킨다"며 "수막구균 뇌수막염 발병률이 높은 위험군은 백신접종을 받길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2세 미만의 영유아, 단체생활을 하는 청소년과 대학생, 군인, 해외여행자 등이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1~2세 영유아는 수막구균 발생률이 높다. 단체생활 시에는 수막구균 뇌수막염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수막구균 환자나 보균자의 코나 입의 점액에 있던 비말(침 방울)이나 직접적 접촉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기 때문이다. 점막 세포를 투과해 혈액으로 들어가면 수만구균이 발생한다. 대개 2~10일 이내 증상이 나타난다. 질병을 일으키는 인자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심각성 때문에 정부는 수막구균 뇌수막염을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해 감염 현황을 감시하고 있다. 2011년 군인이 수막구균 감염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정부는 군대 신입훈련병을 대상으로 백신접종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다만 수막구균 뇌수막염은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되진 않았다. 예산 등의 문제로 필수예방접종 우선순위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일부 선진국에서는 학교에 입학시에 의무적으로 수막구균 뇌수막염 백신을 의무적으로 맞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단체생활을 하는 청소년과 대학생 들에게 예방접족을 강력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