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지난달 소비·생산 지표가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소매판매가 두 달 연속 안정된 성장을 이어간 반면 산업생산은 감소로 돌아서면서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추가 부양 여지가 남아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9일 일본 경제산업성(METI)은 지난달 소매판매가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전 전망치인 2.3% 증가를 상회한 결과다.
특히 대형 소매점 판매가 5.3% 증가해 예상치였던 3.5% 증가를 크게 웃돌았으며 도소매점에서의 판매 역시 4.2% 증가해 지표를 견인했다.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달에 비해서도 1.7% 증가해 이 역시 사전 전망치인 1.0% 증가를 웃돌았다.
일본의 소매판매는 지난 1월 전년 대비 2.0% 감소해 석 달 동안 역성장했으나 지난 4월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두 달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아베노믹스 정책으로 일본 소비 활동의 회복 기조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4월 일본 정부의 소비세 인상으로 하반기 소비 활동이 부진했지만 정부의 경기 부양 기조에 따른 엔저로 기업들의 실적 호조와 임금 상승이 맞물리면서 전반적인 소비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생산 지표는 부진했다. METI는 5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2.2% 감소했다고 밝혔다. 직전월 1.2% 증가에서 감소로 전환했으며 전망치인 0.8% 감소를 하회한 것이다.
일본 제조업 지표 둔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 침체를 배경으로 지적했다.
JP모건체이스는 그리스 위기와 중국 경기 둔화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고조시키며 소비와 무역 거래 감소로 이어지고 있어 전세계 수출이 둔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미,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일본의 경우 제조업 경기가 둔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타케시 미나미 노린추킨리서치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중국 경기 침체가 원인”이라며 “재고 증가에 따라 제조업 경기는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METI는 6월과 7월 산업생산은 각각 1.5%, 0.6% 증가로 돌아설 것이라며 개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일본 경기 부진은 여전히 불가피할 것이란 의견을 전문가들은 내놓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지표 결과가 전망치대로 개선된다고 해도 글로벌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하반기 생산 지표는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일본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부진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경기 둔화와 수출 부진의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질 수 있다며 일본 정부가 부양 기조를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르셸 델라이언트 캐피털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 경기가 더 악화되기 전에 일본은행(BOJ)은 추가 부양책을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소비자들이 도쿄 유니클로 매장에서 쇼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