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설립된 사회적기업 디자인나무가 브로셔·책자 등의 홍보용 출판물 디자인·인쇄를 시작으로 브랜드디자인 개발과 컨설팅, 아동용 전자책 출판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2011년 예비 사회적기업을 거쳐 이듬해인 2012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디자인나무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디자이너가 꿈인 학생을 위한 무료교육,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캐릭터 개발 및 영상제작, 학교폭력예방 포스터 공모전 개최 등에 나서고 있다. 자체 품질관리시스템을 통해 인쇄물의 질을 높이고 있으며 국가보훈처와 기획재정부 등 다수의 관공서와 기업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사회적기업의 역량도 일반기업 못지않게 뛰어나야"
"사회적기업이라고 하면 장애인이나 어르신 등을 고용하고, 다문화가정을 돌보는 식으로 연관지어 생각하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많이 퍼져있는 듯해요. 그 방면의 일에 나서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부에서 복지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는 일들을 사회적기업이 해결하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희숙 디자인나무 대표. 사진/디자인나무
지난 2일 경기도 안양 디자인나무 본사에서 만난 김희숙 대표(사진)은 "우리 사회에 사회적기업에 대한 편견이 있는 듯 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몇 년 전, 계약체결을 위해 만났던 책임자가 과거 다른 사회적기업에 발주했던 물건에 하자가 있었던 점을 상기시키며 '잘하실 수 있겠어요?'라고 묻는 거에요. 이후 비슷한 일이 있을 때마다 부연설명을 하지 않고 퀄리티 높은 결과물을 제시하는 식으로 신뢰를 쌓아갔죠. 사회적기업은 장애인을 고용한 곳이고, 결과물이 낮다는 식의 편견을 해소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를 위해 초창기부터 직원들의 역량 강화에도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한국디자인진흥원 등 외부기관 연계교육은 물론 지금도 김 대표가 직접 나서 '퇴근 시간이면 입술이 마를 정도로' 많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김 대표가 추구하는 사회적기업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회사의 경쟁력을 확보해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매출을 늘린 다음, 일자리를 창출해 노동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자체 디자인한 물품을 소외계층에게 전달하고, 직원들의 재능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공유하는 일 등 사회에 도움이 되는 각종 미션에 나서는 것이죠."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디자인나무 사무실 모습. 사진/최한영기자
그는 '일자리 제공을 통한 사회양극화 해소'가 사회적기업의 기본기능 중 하나라고 인식하고 있다. 취업난이 심화되며 청년층의 절망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재능은 많지만 아직 근로기회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청년층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어려운 곳 돕는 일도 적극… 매년 이익금 절반 이상 사회공헌 지출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에도 주저없이 나서고 있다. 창업 초기부터 각종 복지관, 장애인 재활사업장 등 홍보물에 돈을 많이 쓰기 어려운 곳을 대상으로 디자인 기부나 행사 사진촬영 등의 재능기부 활동을 해왔다. 지금도 해마다 이익금의 절반 이상을 사회공헌 활동에 지출하고 있다.
"어린 시절 힘들게 공부한 기억이 있다 보니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어요. 사회적기업으로의 전환도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듯하고요."
디자인나무의 사회공헌 활동은 디자인 업체다운 특색이 엿보인다. 지난 2012년 유해한 쓰레기를 잡아먹는 캐릭터 '토빈'을 선보였다. 환경보호 활동을 위해 자신들의 역량을 투입,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든 것이다. 이후 토빈이 인쇄된 플래너를 지역 아동센터에 전달, 아이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공질서 확립을 위해 안양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연계한 학교폭력 예방캠페인을 전개하고 각급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포스터 공모전을 개최, 상금도 전달하고 있다.
최근 들어 디자인나무는 공정한 출판문화 조성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인쇄 과정에서 인체에 무해한 콩기름을 사용하고 종이도 무작위로 남벌되는 것이 아닌, 애초부터 종이생산을 위해 심어졌다는 인증서류가 제공되는 친환경종이를 사용하고 있다. 주위 업체들에도 가능한 한 친환경 움직임에 동참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이탈리아 볼로냐 아동도서전에 참가해보니 상당수 유럽 출판사들이 친환경출판에 나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국내 출판업계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실천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자인나무가 개발한 교육용 전자책 '페어북스'와 종이책. 사진/디자인나무
이달 초에는 취학 전 아동의 인성개발과 감성발달을 돕기 위해 교육용 전자책 '페어북스'를 개발, 시판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영국 옥스퍼드 대학출판부에 전자책 플랫폼을 공급하는 아이포트폴리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Spindle books' 플랫폼을 채택했다.
삼성에버랜드 직원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엄마가 읽어주는 듯한 음성이 녹음되어 있고 화면에 직접 쓰고 지우기 기능을 적용해 한글공부를 할 수 있게 했다. 별도 음성녹음 및 듣기 등도 가능하다.
페어북스 개발에 대해 김 대표는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됐는데도 읽기가 완벽하지 못한 아이들을 보며 개발 필요성을 느끼고 3년 간의 노력 끝에 개발한 책"이라며 "한글 쓰기기능과 어머니 목소리를 직접녹음해 들을 수 있는 기능 등이 저소득층과 다문화가정, 지적장애 아동 등의 한글공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해당 도서들을 소외계층 아동들에게 무료로 제공할 계획도 밝혔다.
지금까지 40여권의 책이 업로드 된 상태로 책 내용을 모으는 과정에서 전국 신인동화작가 대상 공모전을 실시, 등단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도 병행했다. 일부 내용은 종이출판도 병행해 독자와의 접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디자인회사로서의 역량을 발판으로 전자도서와 종이도서를 기획 및 제작, 출간하는 도서출판 전문기업으로 일신하는 모습에서 페어북스 브랜드를 통한 회사비전을 엿볼 수 있다.
◇"같이 행복한 사회를 이루기 위한 노력 지속할 것"
김 대표는 디자인을 통해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이루는데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꿈을 밝혔다. 기존 캠페인 활동과 직원대상 리더십교육을 지속하고, 소외받은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미션을 지속 발굴·개선하는데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저희 회사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을 6개월 간 교육시킨 일이 있어요. 열심히 하다 보니 1년 이상 실무경력자보다 기량이 좋아질 정도였고, 결국 한 업체에 취업을 했죠. 그런 일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작은 디자인센터를 세울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같이 잘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어요."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