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이 희귀의약품으로 해외진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로 라이센싱이 목표다. 유병률은 낮지만 전세계 환자수를 감안하면 막대한 수익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각 국가의 제도적 혜택뿐만 아니라 시장독점권도 이점이다.
8일 EvaluatePharma 데이터에 따르면 2013년 전세계 희귀의약품의 시장은 900억달러(한화 약 101조원)로 추정된다. 2020년에는 1760억달러(약 198조원)로 2배 정도 성장할 전망이다.
희귀의약품은 미국 총 인구 중 20만명 이하(만명당 7.5명꼴, 국내 2만명 이하)거나 적절한 치료방법과 대체의약품이 개발되지 않은 질환에 사용되는 의약품을 말한다.
희귀의약품은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외면을 받아 왔다. 환자수가 적어 경제적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0년 후반부터는 글로벌 제약사들도 희귀의약품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환자군이 많은 질환에 신약후보물질 기근으로 새로운 먹거리로 희귀의약품을 주목한 것이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희귀의약품 개발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도 한몫했다. 미국 정부는 희귀질환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임상연구 세금 공제, 허가신청비 납부 면제, 독점권 보장 등 각종 인센티브와 지원정책을 마련했다.
실제, 미국에서 허가를 받은 희귀의약품은 1980년대 40여개에 불과했지만 2014년에는 400여개로 늘었다. 임상시험을 신청한 희귀의약품도 350여개에 달한다.
희귀의약품이 유망 사업으로 떠오르자 국내 제약사들도 줄줄이 개발에 착수했다. 희귀의약품 비지니스에 적극적인 글로벌 제약사에 라이센싱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종근당(185750)은 2009년 미국계 자프겐에 프레더윌리증후군 치료제를 기술이전했다. 프레더윌리증후군을 앓는 미국 환자는 8000여명이고, 전세계적으로는 48만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미국 3상에 성공하면 유일한 치료제가 되기 때문에 시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녹십자(006280)는 헌터증후군, A형혈우병 치료제로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실시하고 있다. 전세계 헌터증후군 환자는 2000명가량으로 알려진다. A형혈우병 환자는 전세계적으로 35만여명으로 추정된다. 임상 3상이 완료되면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쉽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메지온(140410)은 폰탄수술(선천성 심장기형) 환자 치료제로 오는 3분기 미국 3상을 신청할 예정이다. 미국 내 폰탄수술 환자는 연간 1만9000여명 정도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빠른 상용화를 위해 임상비용을 전부 부담할 정도로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바이로메드(084990)와
이연제약(102460)은 루게릭병 치료제로 미국에서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다. 루게릭병 환자는 전세계 35만여명에 달한다. 메디포스트는 지난해 미국에서 미숙아 기관지폐이형성증 치료제의 임상 1·2상에 착수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매년에 4~5만명 정도의 신생아가 잠재적 환자군이다.
이밖에
이수앱지스(086890)는 고서병 치료제와 파브리병 치료제,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은 스타가르트 세포 치료제, 안트로젠은 크론성 치루 치료제 등을 해외진출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희귀의약품은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대체치료제가 없어 시장 독점력이 크고 약가를 높게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개발이 어렵지만 제품화에서 성공하면 희소성으로 인해 글로벌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