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0억원대 고혈압·고지혈 복합제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12월 국내 시장에 첫선을 보인 이후 2년여만의 괘거다. 초기 제기됐던 부정적 평가는 사라지고 시장에 연착했다는 평가다.
고혈압·고지혈 복합제 시장은 한미약품이 개척하며 선도했다. 2013년 12월 가장 먼저 발매하며 공격적 마케팅을 펼친 결과 현재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어 대웅제약과 LG생명과학이 2014년 4월에 나란히 시장에 합류했다. 유한양행은 올해 2월,
JW중외제약(001060)은 지난 5월 출시했다.
업계에선 고혈압·고지혈 복합제 시장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개발 중인 이종 질환 복합제의 시장성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되기 때문이다.
복합제는 고혈압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대형 고혈압 치료제 두개를 붙여서 만든 베링거인겔하임 '트윈스타', 노바티스 '엑스포지', 한미약품 '아모잘탄'이 각각 600억원대 이상 처방액을 올리며 복합제 전성시대를 열었다.
복합제가 성공하자 제약사들은 다양한 결합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고혈압·고지혈, 고혈압·당뇨, 고지혈·당뇨, 발기부전·전립선비대, 비염·천식, 소염진통·항궤양 등 병용 처방률이 높은 이종 질환 복합제로 확대했다.
동일 질환 복합제와는 달리 이종 질환 복합제의 시장성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다. 고혈압 복합제처럼 크게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혈압 복합제는 단일제만 썼을 때보다 치료 효과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 작용 기전이 다른 단일제를 병용해서 사용하면 고혈압 치료 효과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우수한 약효 덕분에 큰 인기를 끌었다. 고혈압 치료제 시장에서 1~3위를 모두 복합제가 차지할 정도다.
하지만 이종 질환 복합제는 상황이 다르다. 고혈압·고지혈 복합제는 각각 단일제와 동일한 효과(비열등)에 그친다. 각 단일제보다 고혈압과 고지혈 수치를 더 떨어뜨리지 못한다.
의사들의 보수적인 처방패턴도 문제다. 의사들은 환자 병세의 변화가 없는 한 기존 치료제의 처방패턴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기존 약물들이 문제가 없는데 치료 효과가 높지도 않은 복합제로 처방을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자사 단일제의 매출이 떨어지는 풍성효과도 우려되는 점이다. 복합제는 자사의 대표적인 단일제(복제약) 두개를 결합한 제품이다. 신규 시장이 아니라 기존 시장의 점유율을 뺏어와야 한다.
결국 이종 질환 복합제는 제품력보다는 복용편의성과 영업력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고혈압·고지혈 복합제가 50억원대 처방액을 올리면서 시장성에선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는 평가다. 덕분에 다른 이종 질환 복합제도 성공 잠재성이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폭발적인 성장을 했던 고혈압 복합제보다 고혈압·고지혈 복합제는 성장폭이 크지 않다"며 "어쨌든 50억원대 실적을 올렸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매출 상승은 영업력에 기댄 면이 크다고 본다"며 "앞으로 쏟아져 나올 이종 질환 복합제들도 고혈압·고지혈 복합제 시장을 참고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시계방향)한미약품 '로벨리토', 대웅제약 '올로스타', 유한양행 '듀오웰', LG생명과학 '로바티탄'.사진/각사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