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으로부터 감정인으로 지정 받았더라도 법정 지정권자인 국토교통부장관의 인가가 없는 감정평가업자의 평가는 무자격 불법 행위임이 명백해졌다.

 

한국감정평가법인에 따르면 지난 23일 대법원 제3부는 감정평가업자가 아님에도 산양삼에 대한 보상감정평가 업무를 수행한 한국산양삼감정평가법인과 법인대표, 이사에게 각각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현행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부감법) 상 국토부장관의 인가 없이는 감정평가법인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산양삼법인은 지난 2013년 전주지방법원에 ‘주식회사 한국감정평가법인’으로 기재한 희망감정인 신청서를 제출, 감정인으로 지정받은 후 무자격 감정평가업무를 수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는 산양삼법인의 감정평가 행위가 부감법 위반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나, 산양삼법인이 법원으로부터 감정인으로 지정받은 후 감정의무를 이행한 것이므로 정당행위로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전주지방법원)은 산양삼법인의 감정평가 행위가 부감법 위반죄에 해당하고, 어떠한 위법성조각사유나 책임조각사유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벌금을 선고했다.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산양삼법인이 제기한 상고심에서도 재판부는 위반죄를 확인했다. 산양삼법인이 전주지방법원으로부터 토지수용재결처분 취소와 관련된 소송에서 감정평가를 의뢰받아 감정평가를 실시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수수한 행위는 부감법 제43조 제2호 ‘감정평가업자가 아닌 자로서 감정평가업을 영위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동기 감정평가협회 회장은 “이번 판결로 감정평가업자가 아닌 자는 법원의 명령에 의해 감정평가를 수행했다 하더라도 위법행위인 것이 명백해졌다”며 “앞으로는 국민재산권이 비전문가에 의해 위법하게 평가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