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지난해 3월 사상 처음으로 임원 보수가 공개된 지 1년 반이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임원 보수 산정 기준은 아직까지도 베일에 쌓여 있으며, 기업의 반발로 공개횟수도 줄었다.
6일 경제개혁연대가 지난해 임원 보수지급에 의문이 있는 국내 대기업 10개사에 대해 이사회 의사록을 열람하고 질의 회신한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이노베이션, LG화학, 한화, LS, 동국제강 등은 기업 성과와 임원 보수를 연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임원 보수 지급이 중요 경영정보 또는 사적인 정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정보를 밝히지 않았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임원보수를 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이사회 의사록에서 임원보수 결정에 관한 구체적 내용도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회사에서 임원의 보수는 내부규정에 따라 책정되며, 그 구체적인 사항은 이사회가 권한을 대표이사에게 위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퇴직금 산정도 불투명하긴 마찬가지다. 현대제철, 한화, 한진해운, 동국제강 총수일가의 경우 내부규정에 따라 퇴직금이 지급되긴 하지만 그 금액이 과다하다고 지적됐다. 재직한 계열사에서 월급여의 6배까지 산정됐으며 재임기간에 비례해 퇴직금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증권과 코오롱생명과학에서는 비상근 임원에 대한 과다보수가 문제로 제기됐다.
경제개혁연대는 "두 회사가 상근과 비상근은 근무형태의 차이일 뿐 역할과 책임은 동일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상근임원이 비상근임원보다 회사의 경영사정에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고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비상근임원이 더 많은 보수를 받았다면 납득할 만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법 제159조에는 5억원 이상인 등기임원의 보수 내역은 사업보고서에 기재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재계는 1년에 네 차례 공개는 부담이 크다며 공개횟수 축소를 여러차례 요청해 왔다. 이에 민관합동규제회의는 지난달 10일 공시횟수를 1년에 한 번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현행 임원보수 결정의 가장 큰 문제는 임원 성과평가나 보상이 회사 경영의 중요한 요소임에도 이사회 논의 없이 권한을 위임받은 대표이사가 집행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총수일가나 CEO가 임원보수를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도록 상법을 개정하고, 이사회 내 보수위원회를 설치해 전문성과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총수일가인 임원의 보수지급 체계 개선방안도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잔여청구권자인 총수일가가 일반 근로자나 전문경영인과 동일한 기준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받는 것 역시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대기업들의 임원보수 산정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