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불법 해킹 의혹 기술간담회 무산…국정원 자료 제출 거부로

새정치 “자료 없이 의미 없어” vs 새누리 “일단 설명 들어봐야”
여론조사선 로그파일 공개 54% 찬성, '국정원 주장 못 믿겠다' 58.4%

입력 : 2015-08-06 오후 3:01:29
국가정보원의 불법 해킹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해 여야가 6일 열기로 한 ‘전문가 기술 간담회’가 결국 무산됐다. 여야는 추후 재협상을 통해 간담회 개최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국정원 자료제출에 대한 시각차가 커 난항이 예상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간담회의 전제조건으로 ▲사망한 국정원 임모 과장이 삭제한 하드디스크 원본 ▲삭제 파일의 종류(시스템 파일·일반 파일·DB파일 등) ▲삭제 파일의 위치(PC 또는 서버) ▲삭제한 데이터 용량 목록이 나온 로그기록 ▲복원한 데이터 용량이 나온 로그기록 ▲삭제하지 않은 데이터 용량 목록 로그기록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하드디스크 원본과 일부 로그기록 등의 제출을 거부했다.
 
이에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신경민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보인권개선 시민사회 간담회’에서 국정원 기술간담회 무산 사실을 밝히며 “조건(자료제출)이 갖춰지면 광복절이든 추석이든 일요일이든 언제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여당과 국정원은 야당이 전문가 선정 통보를 하지 않아 무산됐다고 할 것 같은데, 우리는 이미 전문가들을 선정했다”면서 “국정원에 의해 두 번이나 자료요구가 거부된 것이 근본원인”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표도 “과학적인 비공개 검증을 위해 최소한의 자료 6가지를 요구했지만 국정원은 끝내 제출을 거부했고, 새누리당은 국정원 비호에만 급급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간담회라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국정원의 ‘인터넷 댓글 대선개입’,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무단공개’,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등을 언급하고 “박근혜 정권 들어 국정원의 불법이 우리 정치를 위기에 빠뜨린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국가 안보의 적”이라고 질타했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야당에 더욱 치열한 대응을 주문했다. 특히 국정원이 대통령 직속기관이라는 점을 들어 “제1야당이 앞장서 박 대통령에게 직접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촉구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간담회 무산에 아쉬움을 나타내며 추후 일정을 다시 잡겠다고 밝혔다. 또 ‘선 정보위 국정원 현장실사, 후 기술간담회’ 수순을 제안하기도 했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이 ‘국정원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간담회가 무의미하다’는 주장인 반면, 국정원은 야당이 요구한 6개 자료 중 1번 원본과 6번 용량목록 외에는 다 제공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빠른 시간 내에 간담회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만약 간담회가 늦어지면 먼저 현장을 방문해 검증을 하고 후에 전문가 기술간담회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한편 JTBC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사흘간 전국 성인 남녀 8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야당 주장대로 ‘최소한 의혹을 규명할 전문가에게는 로그파일을 공개해야 한다’는 답변이 54%로 과반을 기록했다. 국정원이나 새누리당의 주장대로 ‘정보 역량이 노출되기 때문에 전문가에게도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은 37.1%에 불과했다.
 
또 내국인 감청 의혹이 사실일 것이란 답변은 44.7%로, 그렇지 않을 것이란 의견(26.3%)보다 많았다. 숨진 임모 과장이 모든 일을 혼자 주도했다는 국정원 주장도 ‘못 믿겠다’가 58.4%로, ‘믿는다’(16%)의 3배를 넘었다. 이 조사는 유선전화 임의 걸기를 통해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5.2%,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1.1%p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인권개선 시민사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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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