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홍정봉 함께하는우리 대표 "맞춤형 장애인 사회서비스로 장애인과 가족의 행복 만든다"

입력 : 2015-08-21 오전 6:00:00
"장애인 대상 공적복지가 아무리 혁신적으로 변화한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장애당사자와 가족에게 만족감을 주기에는 공적복지제도의 변화가 너무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그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가교역할을 함께하는우리가 하고 있습니다."
 
함께하는우리는 발달장애인의 재활교육 및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모든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이다. 각종 재활 및 돌봄·교육프로그램, 취업지원과 장애인가족 창업지원에 이르기까지 장애인과 가족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종합 제공하고 있다. 경기도 내에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지난 2012년까지 경기북부사회적기업협회 사무국으로써 지역 사회적기업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다.
 
20일 경기도 고양시 풍동 함께하는우리를 방문했을 때도 발달장애인 대상 각종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3층 대표실 바로 옆 교실에서도 북을 이용한 음악 치료교육이 이뤄지면서 인터뷰는 쿵쿵거리는 북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진행됐다.
 
◇18년째 발달장애인 자립 돕는 사업 지속
 
홍정봉 함께하는우리 대표(사진)는 지난 1997년 일산장애인아동지원센터원을 시작으로 18년째 발달장애인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홍정봉 함께하는우리 대표. 사진/함께하는우리
 
"일을 하며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함께 좋은 일을 한다는 나눔의 명분도 얻고 싶었습니다. 대학에서 특수교육,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대학 2학년 때 장애인 복지를 위한 창업을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죠."
 
사실 홍 대표가 장애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환경적인 요인이 컸다. "어머니가 척수장애, 누이가 지적장애를 앓다 보니 어릴 적부터 공적복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소외감이 컸어요. 장애가족이 겪는 아픔과 비애를 느끼며 당사자의 입장에서 필요한 실질적인 복지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함께하는우리는 지역 내에서 장애인들을 돌보는 민간복지관 역할을 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초등학교 내에 방과 후 학교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어린이집을 거친 아이들이 초등학교로 진학했는데, 하교 후 갈 곳이 없는 겁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부모님들은 한창 일할 때이고요. 아이들을 마음놓고 맡기고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분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그때마다 맞춰 개발한 것이죠."
 
◇장애인 생애주기 6단계 별 필요서비스 종합지원… 취업 연계까지
 
함께하는우리는 장애인의 생애주기를 영유아, 아동, 청소년, 성인, 노년, 부모유고시 등 6단계로 나누고 각 시기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함께하는우리의 교육프로그램은 4살에서 38살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장애인들이 이용하고 있다.
 
각 프로그램은 이용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이용가격을 책정했다. "일반 사설학원의 언어치료, 인지치료 등의 가격은 젊은 층의 부모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일반 시중가격의 70% 수준이라면 지역 복지관에 들어가지 못해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함께하는우리에서 장애인 고용지원을 위한 선행직업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함께하는우리
 
일종의 대학과정인 평생교육 아카데미(뉴챌린지 창의혁신센터)도 3년 전 500여명의 장애인 부모님을 대상으로 실시한 욕구조사를 통해 만들었다. "3년제로 전공필수와 선택, 교양과정을 신설하고 1학년 때는 전공 탐색할 수 있는 여러 수업을 비치합니다. 이후 문화, 예술, 직업 등의 전공을 배워가며 장애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도 행복과 자존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취업연계를 위해 바리스타와 목공·공예, 제과 등의 직업연계 선행교육과 연계기업 견학프로그램도 배치해 교육과정을 이수한 장애인들이 직업을 구할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함께하는우리를 거친 장애인들의 취업을 위해 이들을 고용하기 원하는 기업 100여곳과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저희는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왔기에 이곳을 거쳐간 분들의 가정환경이나 생리적 특성 등을 알 수 있죠.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직업훈련 등의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체 면접을 보고, 취업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친구들은 고용연계를 해줬습니다. 이후 근로장애인과 고용주 간 이해 부족으로 마찰이 생겼을 때 해결하는 가교역할까지 했습니다"
 
장애인 자체교육에 치우치지 않고 가족들의 행복까지 담보할 수 있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2010년에는 사회공헌자금 7000만원을 투입해 장애인 부모님들의 생업을 돕기 위한 ‘휴(休)’ 카페를 지어주기도 했다. "함께하는우리를 이용하는 장애인 부모님들의 경제적인 여건이 나빠지는 것이 보였습니다. 심한 경우 가족 해체까지 되는 경우가 있었죠.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장애 부모님들이 먹고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주기 위해 카페를 만들고, 부모님 2명을 대표로 선정했습니다. 카페를 만들고, 지원금을 조금씩 줄여가는 방법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함께하는우리가 초기투자비용 등 7000만원을 지원해 만든 장애가족 기획창업지원모델 '휴카페' 내부모습. 사진/함께하는우리
 
함께하는우리는 2008년 사회적기업 전환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사업을 시작했던 마음자세를 끝까지 흔들지 않겠다는 초석으로 삼겠다는 것과 함께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사회적기업 인증을 통해 주로 장애인 가족들인 서비스 수혜자들도 다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선순환적 생각이 자리잡는 모티브도 생겼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사회복지에 뜻을 둔 장애인 부모님들이 자격증을 취득해 보육교사나 사회복지사로 일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며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시간과 급여를 제공했습니다. 교육과정이 이수가 필요한 분을 위해 열린사이버대학교 등과 산학협정을 맺어서 장학금을 받으며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기회도 제공했고요. 이중 상당수가 보육교사나 사회복지사, 평생교육사 등으로 취업을 했습니다. 함께하는우리의 경기도 김포와 파주, 부천지점도 설립됐는데 여기서 자격증을 취득하신 분들이 창업해서 나간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장애인 가족을 비롯한 함께하는우리 직원 중 공부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급여를 깎지 않는 선에서 시간할애를 해주는 식으로 또다른 예비사회적기업가가 탄생할 수 있는 인큐베이터 역할도 해왔다. 함께하는우리와 초창기 맺어진 인연으로 지금까지 함께하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장애인과 가족 위한 빌리지 조성의 꿈
 
홍 대표에게 지금까지 함께하는우리를 거쳐간 장애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을 물었다. "그런 질문을 종종 받고는 하는데, 각자의 입장에 서보면 나의 아픔은 세상에서 제일 큰 고통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죠. 장애 당사자나 그 부모의 고통은 장애의 경중을 떠나서 그 정도를 헤아릴 수 없을 겁니다. 가슴절절한 사연이 한 둘이 아니지만, 그 집안마다 갖고 있는 장애가족마다의 아픔이 크기에 특별히 기억나는 것을 말하는 것은 그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함께하는우리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을 물었다. "공적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과 가족들의 완충작용 역할을 지속하고자 합니다. 현장중심 서비스와 일자리창출로 나눔의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자립할 수 있는 빌리지를 설립하고자 하는 꿈도 있습니다. 장애인 가족들이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여행한번 못 가면서 교육비 대려고 새벽까지 일하고, 아이들의 폭력성과 괴성, 심지어 자해로 인해 마음편히 쉴 수 없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이 편히 쉴 수 있고 고양시에서 만큼은 장애인들도 사회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는 타운을 만들고자 합니다. 함께하는우리의 맞춤형 장애인 사회서비스가 광역화사업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 노력도 할 계획입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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