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할아버지, 우리나라에 나쁜 사람들 없이 착한 사람들로 가득차도록 재판 열심히 해주세요."
법원 어린이집에 다니는 김태연(7) 어린이는 '비뚤배뚤' 서툰 글씨로 법원에 대한 바람을 현수막 위에 꾹꾹 적어 내려갔다.
오는 9월13일 처음으로 열리는 '대한민국 법원의 날'을 맞아 24일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기념 손도장 찍기' 행사에 참여한 일반 국민들은 대형 현수막에 저마다 법원에 바라는 메시지를 빼곡히 적었다.
어린이들의 글이 눈에 띄었다. 김태연 어린이와 함께 법원어린이집에 다니는 김정원(7) 어린이는 "법은 우리 모두를 위한 약속입니다. 그리고 법원은 우리 모두 법의 지킴이 입니다"라는 어른스러운 말을 남겼다.
이날 법원을 찾은 서울시민 김정택씨는 "큰 병원을 보면 저 병원이 나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안심을 합니다. 큰 법원 건물을 보는 일반 시민들도 저 법원이 나의 권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바람을 밝혔다.
일반 시민으로, 법원으로부터 위촉된 참여위원들은 뼈 있는 기대감을 비쳤다. 시민사법위 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문희씨는 "법원은 민초들이 기대는 마지막 보루"라고 적었다. 시민사법참여위원 심영녀씨는 "국가 청렴도는 법관의 공정한 판결에 좌우합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시민사법위원 표혜령씨는 "모든 법원을 오고가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게 하소서"라고 썼다. 서울중앙지법 대학생기자단 조혜지씨는 "앞으로도 서울 시민이 믿을 수 있는 정의구현을 실현하는 법원!"이라고 적었다.
재야 법조인들도 축하와 격려의 말을 남겼다. 강영혜 변호사(46·여·사법연수원 30기)는 "법원이 신명나는 썰전의 장이 되기를 기원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서울지방변사회 변환봉 사무총장(39·36기)은 "법원의 파사현정은 국민의 생생지락을 가져옵니다"라고 적었다.
서울고법 민사·가사조정위원 조현욱 변호사(49·여·19기)는 "모든 분쟁이 끝나고 새로운 평화가 시작되는 그곳! 법원의 생일 지정을 축하드립니다"라고 썼다. 예비 법조인인 사법연수원 시보 주승민씨는 "중간 지점에서 한번 더 각자의 입장으로", 김상배 국선전담변호사(45·37기)는 "신뢰받는 법원, 국민의 참여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함께'는 지혜입니다"라는 바람을 남겼다.
9월13일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1948년 미군정으로부터 사법권을 이양 받고 가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이 취임한 날로서, 외세와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사법부가 탄생한 날이다.
법원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이날을 법원의 날로 제정했다. 앞으로 매년 대한민국 법원의 날에 기념식과 학술대회, 특별기획전 등 행사를 열 예정이다.
이날 손도장찍기 행사는 전국 각급법원에서 진행됐다.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행사에는 심상철 서울고등법원장, 강형주 서울중앙지법원장, 박송하 서울고법조정위원회 위원장 등 법관과 법원 직원, 일반 국민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를 통해 국민들의 법원에 대한 여망을 담은 현수막들은 다음달 8~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전시될 예정이다.
오는 9월13일 제 1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을 맞아 24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손도장찍기 행사가 열렸다.사진제공/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손도장찍기 행사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글을 남기고 있다. 사진제공/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