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A' 등급의 회사채 매각률 급락으로 경기민감업종 중 하나인 건설업의 투자 위축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차환 발행이나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발행된 A등급 회사채 미매각률은 37.1%로 지난달에 비해 33.9%p 급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미매각된 A등급 회사채가 없었다. A등급 회사채에 대한 유효응찰률도 87.9%로 지난달 대비 103.9%p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8월의 경우 휴가철과 상반기, 2분기 보고서 제출이 겹쳐 시기적으로 회사채 발행 물량이 적은데도 미매각률이 급증한 것은 A등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전망이 불확실해지고, 금리도 은행예금과 비교해도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기준 3년물 회사채 금리는 1.98%에 불과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대표적인 경기민감업종인 건설업계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는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과도한 주택공급 부담과 해외수주 부진 등으로 건설사들이 신규 회사채 발행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2분기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조선업체와 마찬가지로 추정이 많이 개입되는 수주산업에 대한 기피현상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나마 A등급 이상 우량건설사들은 차환 명목 등으로 연내 회사채를 7000억원가량 내놓을 계획을 세웠다.
현대건설(000720)과 롯데건설 등은 4분기 중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며, 포스코건설과 한화건설 등도 발행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건설사들의 경우 회사채 만기를 대비해 비주력 사업이나 건물, 부지 등 부동산을 매각하면서 현금성 자산을 늘리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부터 덕평랜드 등 보유주식을 매각해 차입금 상환 재원을 확보했으며, 경남기업은 베트남 랜드마크72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지난 17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삼부토건 역시 르네상스호텔 매각을 시도한 바 있다.
유동성 위기에 선제적으로 방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등 극한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을 피하겠다는 것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대형사처럼 단기간에 주택사업을 늘릴 수도 없고 포트폴리오도 단순해 비주력 사업, 부동산 등 자산 매각으로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회사채와 같은 직접조달시장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최근 몇 년째 건설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현대건설과 같은 대형사들조차도 신용 하락 압박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나마 주택경기가 조금 좋아져 활기를 보이고는 있지만 건설업체들의 재무적인 요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회사채 시장에서 건설 부문 활성화는 어려워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