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투자자들은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상품들을 만들어왔다. 특히 여러 종목을 한데 묶어 펀드로 만든 상장지수펀드(ETF)는 대세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런데 최근 ETF가 과연 만능일까라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예를 우리는 지난달 경험했다. 지난달 마지막 주 월요일 미국 주식시장은 블랙먼데이였다. 야간 선물지수가 급락한 여파로 나스닥지수는 개장 직후 9%넘게 하락했고 S&P500지수도 6% 급락했다.황당한 것은 시장 급락 후 15분도 되지 않아 하락분이 바로 회복되었다는 것. 개별주들은 더 장관이었다. 주식시장에서는 가격이 5%이상 급등·급락하면 5분 정도 쉬는 시간을 갖는 '서킷브레이커'가 작동한다. 이날 역시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주가 급락으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이 같은 장치가 대부분 종목에 작동했으며 ETF에도 적용됐다.
문제는 대형ETF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났다. 블랙록운용의 130억달러 대형펀드인 아이셰어 셀렉트 디비던드 ETF는 장중 35%까지 급락했고 100억달러 규모의 구겐하임 S&P 500 ETF도 43% 반토막났다.
ETF는 여러 종목을 한 데 묶어서 만든 펀드로 위험이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소형 ETF가 급락하는 것은 이해한다해도 대형 ETF에서 이 같은 급락이 나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위험을 분산시키고 장기투자하기 위해 설계된 금융상품이 오히려 시장 왜곡과 붕괴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날 10년차 ETF투자자가 블랙록운용의 '아이쉐어즈 ETF'에 투자했다고 가정하자. 이날 투자하고 그대로 뒀다면 어땠을까. 곡소리났을 것이다. 장 중 해당 ETF가 반등할 때도 구경밖에 할 수 없었다. 실제 블랙록의 ETF는 장중 저가매수가 유입되며 4% 상승 마감했다. 그러나 ETF 투자자는 허탈하고 황당하다. 왜? 43% 급락할 때 이미 팔려버려 살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은 "ETF가 만능이라고 하지만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오히려 왜곡과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장이 패닉에 빠질 때 눈을 부릅뜨고 시장을 쳐다보는 건 사람이라는 교훈을 알려준 셈이다. 패닉에 빠질 때에는 오히려 눈을 부릅뜨고 시장을 쳐다보는 건 사람이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