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 기자] 저유가와 글로벌 경기침체, 중국의 물량 공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가 조선과 자동차 업체들의 파업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현재까지 조선업체들의 파업은 예년에 비해 약화된 모양새로 비교적 걱정을 덜었지만 자동차 업체들의 파업까지 이어질 경우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조선업종 노조연대는 지난 9일 1차 파업에 이어 17일 2차 공동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공동파업에는 현대중공업 노조를 비롯해 현대삼호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종 노조연대 소속 전국 9개 노조가 참석했으며 당초 참석하기로 했던 현대기아차그룹 연대회의 소속 18개사 노조는 불참했다.
조선업계는 올해 파업의 수준이 예년에 비해 규모나 파급력이 크지 않은 만큼 조업 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 빅3'만 살펴봐도 파업의 중심이 되고 있는 현대중공업을 제외하고는 대우조선해양은 200여명 정도의 소규모가 참석했으며 임단협을 마무리 지은 삼성중공업은 파업에서 빠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선업체들에게 후판을 공급하고 있는 철강업체들 역시 이번 파업이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체들이 수주를 받게 되면 이에 필요한 후판을 철강업체들과 계약하고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파업에 따라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며 "다만 파업이 장기화되거나 조업이 중단될 정도로 규모가 커지게 되면 수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파업이 자동차 업계로 번지게 될 경우 철강업계의 고민은 커질수 밖에 없다. 현재 국내 철강업체들의 주요 고객사인 현대기아차그룹은 아직까지 파업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임금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상황은 유동적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9일 전체 조합원 4만8585명을 대상으로 벌인 파업 찬반투표에서 69.75%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하고 노동쟁의 조정신청 승인을 받은 상태다. 이어 기아차 역시 11일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으며 16일 전체 조합원 3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해 파업을 가결했다.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업체 공급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선박을 만드는 조선과 달리 매일 생산라인을 돌려야하기 때문에 파업이 미치는 영향은 조선보다 클 수 있다"며 "또 철강 공급 과정에서 얽히는 밑단의 관련 업체들이 많기 때문에 철강업체들이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올해 자동차 업체들의 파업도 예년에 비해 축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정부차원에서 노동개혁에 적극 나서고 있는만큼 파업 수준이 예년보다 약화됐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관련 업체들의 파업은 계속해서 염두해두고 지켜봐야하는 사안이나 올해에는 큰 파업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개표위원이 지난 9일 파업 찬반투표 후 투표용지를 정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