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 규모 쿠웨이트 알주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항 건립공사의 입찰 기한이 이달 말에서 11월 10일로 연기됐다. 입찰 의사를 보인
현대건설(000720) 컨소시엄,
대우건설(047040) 컨소,
GS건설(006360) 컨소 등 국내 4개사가 포함된 3개 컨소 및 조인트벤쳐(Joint Venture)가 입찰 기한 연기를 요청하면서다.
연초부터 유가, 환율 등으로 잔뜩 움츠러든 해외수주에도 불구하고 국내 건설업체들이 돌다리를 두드리느라 입찰 연기 요청까지 하고 있다. 꼼꼼히 검토해 제대로 수주하겠다는 것인데 그만큼 연간 목표치 달성은 멀어지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주요 해외사업이 입찰에 앞서 계속 지연되고 있다.
주요 사업은 ▲사우디아라비아 파드할리 가스 플랜트 프로젝트(6조원 규모) ▲쿠웨이트 알주르 LNG 수입항 건립공사 ▲사우디 라스 타누라 클린 퓨얼 프로젝트(2조3000억원) 등이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국내 건설업계가 저가수주로 인한 폐해를 경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내 건설사들은 2013년 무렵 해외 저가현장 때문에 '어닝쇼크'를 경험한 바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은 목표액 달성에 급급해 앞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출혈경쟁을 마다하지 않았다"며 "당시 수주한 저가 프로젝트들 대부분이 아직도 완공되지 않고 있으며 건설사들은 완공까지 얼마만큼의 손실을 더 떠안아야 할 지 가늠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국내 건설사들 사이에 입찰 견적을 꼼꼼히 내서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연초 수립한 해외수주 목표치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형건설사들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연초부터 이어진 저유가와 엔화·유로화 약세 등에 이어 위안화 평가절하 등 악재가 겹치면서 최근 해외수주가 잔뜩 움츠러든 상황이다.
해외건설종합서비스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18일 현재 건설업계 전체 해외수주액은 336조2297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472조2409만달러)대비 28.81% 감소했다.
이 기간 동안 아시아(154억1081만달러, +37.37%)를 제외한 모든 지역은 하락했다. ▲유럽(7214만달러) -93.94% ▲아프리카(6억3914만달러) -69% ▲중동(119억9854만달러) -53.98% ▲태평양·북미(13억9122만달러) -48.1% ▲중남미(41억1111만달러) -26.23% 순으로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수주실적이 고스란히 매출·영업이익에 반영되는 개별 건설사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삼성물산(000830)의 올해 해외수주 목표액은 10조3000억원이지만, 상반기 해외수주 실적은 3조2000억원에 불과했다. 현대건설도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을 포함한 해외수주 목표액을 19조974억원으로 설정했지만, 상반기 7조729억원에 그쳤다. 그마저도 대부분 현대ENG의 수주다.
대우건설 역시 올해 7조3100억원을 목표로 세웠지만, 상반기 2772억원에 그쳤다. 수주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밖에
대림산업(000210)은 1조1440억원, GS건설은 7680억원을 수주했다. 이들 기업의 목표치는 3조4000억원과 6조1600억원이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같은 우려를 경계하고 있다. 앞서 경험한 '어닝쇼크'를 다시 겪고 싶지 않은데다 해외 발주처에서도 회계연도 내에 발주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비관적으로 보기엔 이르다는 것이다.
A건설 관계자는 "수익성 등을 꼼꼼하고, 면밀하게 검토하고 신중한 접근을 위해서 연기 요청을 한 것으로 안다"며 "연간 수주 목표액이 관건이 아니라 무엇보다 제대로 된 프로젝트를 제대로 수주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 역시 "일부 기업은 이미 목표치를 달성했을 수도, 아직 미달됐을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해외수주의 경우 3~4반기에 몰릴 수도 있는 만큼 아직 비관적으로 보긴 힘들다"라고 분석했다.
해외시장에서 국내 건설사들의 발주 연기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연초 설정한 해외수주 목표치는 아직 절반도 달성하지 못 한 상태다. 사진은 현대건설이 준공한 쿠웨이트 석유출하시설 전경. 사진/현대건설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