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이거 한번 눌러봐. 신기하지?"
추석을 한 주 앞둔 주말인 지난 19일, 경기도 고양시 이마트타운 지하 1층에 위치한 일렉트로마트에는 자녀를 동반한 '아빠'들로 가득했다. 드론과 스마트토이 시연장은 아빠 손에 이끌려 조종기를 잡은 어린이들이 완구들을 조종하고 있었다.
가족과 함께 마트에 동행해 심드렁한 표정으로 카트만 끌기 바빴던 아빠들의 눈동자가 빛나기 시작했다. '엄마'들이 자유롭게 장을 보고 있는 동안 '아빠'들은 자녀를 데리고 지하 매장에서 자유롭게 각종 완구를 구경하고 있다.
같은 날 롯데마트 구로점의 풍경도 마찬가지다. 지난 18일 지하 1층 토이저러스 매장 내에 새롭게 연 키덜트 전문숍 '키덜트 매니아'에는 유독 성인 남성의 방문이 잦았다. 특히 건담 프라모델 전시 매대 앞에서는 발걸음을 멈추고 유심히 살피는 성인남성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머쓱한 표정으로 유아용 완구코너를 기웃거리던 어른들이 이 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이마트(139480)가 넓은 매장을 활용해 전자제품과 피규어 등 키덜트용 완구를 다양하게 모아놓았다면, 롯데마트는 피규어와 프라모델에 좀 더 집중해 마니아층을 공략하는 듯한 모습이다.
최근 유통업계에서 '키덜트' 열풍이 거세게 불고있다. 수집용 완구(피규어)의 인기를 시작으로 프라모델, 드론 등 이른바 '어른들의 장난감'으로 불리는 성인용 완구가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해(1~8월) 조립·프라모델, 무선조종, 피규어 등 키덜트 관련 상품 매출이 전년 대비 23.9% 가량 큰 폭으로 신장했다. 특히 피규어 매출은 561.5% 급증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키덜트 시장 규모는 50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2~3년 내 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형마트들이 과거 피규어, 프라모델 드론 등은 일부 전자상가나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만 구입할 수 있었던 '키덜트 완구'들을 매장에 들여놓기 시작했다.
시작은 이마트가 열었다. 이마트타운에 지하 1층 '일렉트로마트'에 피규어, 드론, 스마트토이 등 키덜트족을 공략한 다양한 상품을 모아 팔기 시작했다.
롯데마트도 뒤따라 구로점에 '키덜트 매니아'를 마련해 건담, 스타워즈 등 인기 캐릭터의 피규어 등을 전시했다.
실제 이 같은 키덜트족을 겨냥한 매장들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롯데마트의 '키덜트 매니아'는 지난 18일 오픈 이후 20일까지 어벤져스, 스타워즈 등 40만~50만원 상당의 고가 피규어가 속속 판매되며 단 사흘만에 한달치 매출 목표의 20%를 달성했다.
이마트타운의 일렉트로마트 역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고객 한명이 한번에 총 300만원 어치를 구입한 경우도 있을 정도로 고가의 피규어를 구매하는 고객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타운 일렉트로마트에 위치한 스마트토이 시연장(왼쪽)은 자녀를 동반한 아빠들로 가득하다. 롯데마트 '키덜트 마니아'(오른쪽)에서는 프라모델을 살펴보는 성인 남성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