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 상가임대서 화장품까지

경기침체 대비 사업 다각화…전문성 확보 등 신중해야
"신중한 접근 필요" 우려도

입력 : 2015-09-22 오후 4:18:52
#. 지역주택조합아파트의 대표 브랜드 '서희스타힐스'로 잘 알려진 서희건설(035890)의 서희그룹이 최근 편의점 '로그인' 점포 96개를 인수, 편의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독립형 편의점'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는데, 이는 가맹점주에게 권한을 대폭 위임한 것으로, 점주의 운영 자율성을 보장하는 사업이다. 나아가 서희 측은 기존 운영 중인 고속도로 휴게소 9곳에 '로그인'을 입점 시키는 등 사업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중견건설사들이 신성장동력 찾기에 나서고 있다. 주택시장 훈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인데다 앞서 과잉공급으로 인한 대거 미분양 사태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또 다른 수익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해둬야 한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택분양사업에 전념하고 있는 호반건설은 직접 상가를 시공해 임대 운영하는 수익형 부동산사업을 하고 있다. 2013년 오픈한 '아브뉴프랑 판교'는 주요 메이저 브랜드 입점으로 이미 지역명소로 자리 잡았으며 지난 5월 문을 연 2호점 '아브뉴프랑 광교' 역시 임대율 95%가량이 진행되면서 주말 평균 2만5000여명이 방문하는 등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호반건설은 주상복합용지를 매입했을 경우 주거부문은 분양을 하고 단지 내 상가를 스트리트몰 등 테마를 갖춘 형태로 콘셉트를 잡아 직접 임대·관리를 하고 있다. 추후 광명역세권, 하남미사, 시흥배곧 등지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상가를 도입할 예정이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업종에 관계없이 무분별하게 입점하는 '막상가'의 개념에서 벗어나 입주민들에게 보다 수준 높은 상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직접 임대·관리에 나섰다"며 "앞으로도 주상복합용지에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이 같은 세입자 유치 계획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한 움직임은 건설과 무관한 영역으로까지 뻗고 있다. 화장품 부문으로 눈을 돌린 신안이 대표적이다. 아파트 브랜드 '인스빌'로 잘 알려진 신안은 '아름연'이라는 이름으로 화장품을 개발, 2013년 런칭했다.
 
그룹이 보유한 리베라호텔과 신안·그린힐·리베라CC 등 골프장 내 매장에서도 판매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홈쇼핑을 통해 출시한 한 제품이 순주문 달성률 100%를 초과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 같은 건설업계의 '신성장동력 모색'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의섭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경제 논리상 기업의 사업다각화는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건설사들의 비건설사업 확장 흐름 역시 같은 맥락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순 경기 침체의 선조치라기보다는 기업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견건설사 A사 관계자는 "건설이라는 본업에 치중하면서도 경기가 주춤해질 것을 대비하기 위해 사업영역을 넓혀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계열사 등을 통한 건설사들의 영역 파괴는 갈수록 활발해 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건설사들이 새로운 분양에 진출해 항상 좋은 성과만을 거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서 2~3년 전 한라(014790)(옛 한라건설)는 생수시장으로 눈길을 돌린 적이 있다. 당시 강원 평창군에 생수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제품명이 'H워터'로 정해졌다는 등의 보도가 이어졌으나 제품 출시로 이어지진 않았다. 회사 측은 "내부에서 검토한 많은 사업 가운데 하나였을 뿐"이라며 "현재는 보류 상태"라고 답했다.
 
한신공영(004960) 역시 2010년 전북 장수군과 함께 식품 개발·가공 전문업체인 '장수건강'을 설립했다. 특산물이나 현지에서 제조 가능한 것들로 사업을 진행하려 했으나 회사 안팎의 여건으로 올 해 초 사업자를 반납하고 법인명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중견사 B사 관계자는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시장조사 없이 섣불리 도전했다가 못 버티고 나가는 경우도 많다"며 "모든 기업이 마찬가지겠지만 경기 흐름을 잘 타는 건설사의 경우에는 특히 계열사 확장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견건설사들이 또 다른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사진은 호반건설이 임대·운영하는 '아브뉴프랑 판교'. 사진/뉴스토마토DB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성재용 기자
성재용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