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에서 대형주의 강세와 중·소형주의 약세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수급적인 측면에서 ‘큰 손’ 외국인과 기관이 대형주 중심의 매수세를 보이면서 중·소형주와의 격차를 더 벌리는 모습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2주간(10월1일~10월14일) 코스피 대형주지수는 2.66%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53% 오른 것과 비교할 때 1.13%포인트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코스피 중형주지수가 3.49% 하락하고, 코스피 소형주지수가 0.16% 상승하는데 그친 것과 비교할 때 눈에 띄는 차이다.
노주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10월 이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지연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환율 효과에 따른 3분기 대형 수출주의 실적 개선 기대, 시장의 예상을 웃돈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실적 발표에 따른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수 등의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원화 약세가 지속됨에 따라 헬스케어, 중국 소비성장 수혜주 등 중·소형주와 코스닥에서 대형주로 눈을 돌린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형주 강세 현상 이면에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배경이 되고 있다. 최근 2주간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피 대형주를 각각 3790억원, 8334억원 사들였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은 코스피 중형주를 1475억원 순매수하는데 그쳤고, 기관은 4749억원 순매도했다. 코스피 소형주에서도 외국인은 74억원 사들이는데 그쳤고, 기관은 47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코스닥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45억원, 3938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469억원)과 기관(2264억원)의 대형주 매수세는 이날도 이어지면서 코스피가 1.18% 상승 마감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기관은 최근 이머징 경기 부담과 미국 금리인상과 관련된 논란 등 시장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대형주에 집중하고 있다”며 “반면, 중형주와 코스닥에 대해서는 매물 압력을 지속해서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대형주 대비 중·소형주로 과도하게 쏠렸던 불균형이 해소되는 과정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형주 강세의 주요 원인은 중·소형주와 고성장주로의 과도했던 쏠림이 되돌려지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시장전문가들은 대체로 당분간 대형주 강세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봤다. 배성영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수급 여건을 고려할 때 중·소형주의 상대적 약세가 예상된다”며 “현재의 증시 환경은 저성장 국면에 시장 리스크가 더해져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섹터에 대한 강세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