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재계에 초대형 인수합병(M&A)이 잇따르고 있다. 사업 재편 과정에서 비주력 분야를 정리하려는 기업과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국내 이동통신업계 1위 SK텔레콤은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를 통해 케이블 TV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기로 했다.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은 오는 2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승인할 예정이다.
이동통신과 유료방송 1위 업체의 합병이라는 점에서 해당 업계에는 초대형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시장에서는 50% 수준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방송을 포함한 유선시장에서는 KT에 밀렸다.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SK브로드밴드는 KT에 맞먹는 대형 유료방송사업자로 발돋움하게 된다.
CJ헬로비전이 알뜰폰 사업부도 갖고 있는 만큼 SK텔레콤의 알뜰폰 사업을 맡고 있는 SK텔링크와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인수 가격은 1조원 중반에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삼성그룹의 두 번째 빅딜이 성사됐다. 한화그룹에 매각하고 남은 나머지 화학 부문을 롯데그룹에 매각키로 했다.
롯데그룹은 삼성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정밀화학의 지분 31.5%,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 분할신설 법인의 지분 90%를 인수한다. 인수가가 3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양수도 계약으로 국내 화학업계 최대 빅딜에 해당한다. 롯데그룹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M&A이기도 하다.
이번 인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제안으로 진행됐다. 신 회장이 지난 1990년 한국롯데 경영에 처음 참여한 회사가 롯데케미칼인 만큼 석유화학 사업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M&A로 인해 롯데케미칼은 수직 계열화를 통한 고부가 제품 라인업 확대가 가능해졌다. 삼성SDI의 경우 지난해 화학 계열사 매각 이후 계열사간 시너지도 제한적이었던 만큼 앞으로 자동차용 배터리 사업에 주력할 방침이다.
삼성은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한화그룹에 삼성테크윈·삼성토탈·삼성종합화학·삼성탈레스 등의 방산·화학부문 계열사를 1조9000억원에 넘긴다고 발표했다. 삼성이 주요 계열사를 국내 대기업에 매각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었다.
삼성그룹이 보유한 삼성테크윈의 지분 전량인 32.4%를 한화가 8400억원에 인수했으며, 삼성종합화학의 지분 57.6%(자사주 제외)는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가 공동으로 1조600억원에 인수했다.
이로 인해 한화그룹의 모태인 방위산업 부문은 매출 규모가 2조6000억원대로 늘며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한화의 석유화학 부문 역시 매출 규모 19조원의 국내 석유화학 시장 1위로 도약했다.
삼성그룹은 방산 부문 전체와 화학 부문 일부를 매각함으로 인해 그룹 내 주력사업과의 연관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주력 분야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삼성 서초 사옥. 사진/ 뉴시스
이처럼 최근 단행된 M&A는 정부에 의한 강제 결정이나 채권단의 관리 절차에 따른 권고 사항이 아닌 기업 간 자발적으로 진행된 게 특징이다. 그룹 내 경영 승계와 경영 환경 변화가 맞물리면서 사업구조 재편이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간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자발적인 케이스는 아니지만 또다른 초대형 M&A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최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는 코웨이 매각 작업이 가장 큰 관심거리다. 코웨이의 매각 주간사 골드만삭스는 적격인수후보로 CJ·하이얼 컨소시엄과 칼라일그룹, 그리고 중국계 전략적 투자가 등 3곳을 선정했다. 코웨이 인수 후보들은 한 달간의 실사를 거쳐 다음달 진행되는 본입찰 참여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증권업계 2위인 대우증권도 매물로 나왔다. 대우증권의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지난달 8일 나라장터에 공고한 매각 대상은 금융위원회와 함께 보유한 대우증권 보통주 1억4048만1383주(지분비율 43.00%)와 산은자산운용의 보통주 777만8956주(지분비율 100%)다. KB금융지주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금융지주의 3파전이 예상되고 있다.
또 금호그룹에서 금호산업 매각이 완료되면 금호타이어 채권단 지분에 대한 매각작업도 연말 이후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