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며 국내외 증시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큰 손’ 외국인투자자의 매도세가 지속되는 양상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13일 기준) 들어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서 5165억원 순매도했다. 지난 5일 매도세로 돌아선 뒤 11일(2227억원)과 12일(2208억원), 13일(2118억원)까지 3거래일간 연일 2000억원이 넘는 매물을 출회하며 매도 공세를 펴고 있다. 지난 10월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7200억원을 순매수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최근 외국인 매도는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신흥국 문제를 언급하며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시장컨센서스가 내년 상반기 쪽으로 지연됐지만, 다시 연내로 넘어온 데 따른 영향”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수급 공백 속에 2000선을 상회하던 코스피지수는 1970선까지 주저앉았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내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코스피가 2000선을 하회하는 등 국내 증시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며 “지난 두 달 여간 국내 증시가 기술적 반등과 안도랠리 연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를 뒷받침할 국내 기업들의 실적 모멘텀이 부족한 상황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감이 변동성 확대국면의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SK텔레콤(-3088억원), 삼성전자(-2719억원), POSCO(-1777억원) 순으로 매도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류용석 팀장은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에 따른 영향, SK텔레콤은 실적이 좋지 않았던 점 등이 작용한 것”이라며 “전체적인 자산배분에 있어서 환율과 미국 금리인상 영향과 개별 이슈가 결합된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과거 외국인은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시기 11번 중 7번이나 순매도로 대응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물량을 쉽게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난 2일 연결재무제표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은 4906억28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6% 감소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43% 줄어든 4조2613억6000만원, 당기순이익은 28.1% 감소한 3817억9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국인의 매도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류용석 팀장은 “외국인의 매도는 금액보다는 기간 측면에서 12월 FOMC 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준희 연구원은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는 가운데, 달러화 강세 진행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전환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160원대로 올라서는 등 달러강세 구도가 뚜렷해졌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금리인상 등의 이슈서 신흥국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아진다고 보기 힘들다”며 “아주 급격하게 자금을 빼지는 않겠지만, 미국이 그간 이어온 저금리 기조를 깨는 것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의 변화 등의 측면에서 자금 회수는 조금 더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