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1년이었던 임대차보호기간이 2년으로 늘어난 것은 1990년이 기점이었죠. 이때 집주인들은 전셋값을 대폭 올립니다. 임대차기간이 길어지며 향후 받을 임대료 인상분을 선반영시켰죠.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989년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22.3%나 오릅니다. 1990년에는 20.9%나 올랐죠. 폭등했던 전셋값은 1991년 3.4%로 상승률이 둔화됩니다. 누군가는 이로 인해 전세시장이 안정됐다고 주장하지만 임대료 인상분을 미리 낸 것에 따른 착시현상일 뿐입니다. 이 후 2년 단위로 전셋값 등락이 반복됐죠.
개정 후 25년이 흐른 현재.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세월상한제는 재검토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죠. 역대 최장기 전세난이 원인입니다. 강산이 두 번 반이나 바뀌는 시간이 흘렀기에 시대상을 다시 반영해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를 관철시키려 하는 일부 정치권 인사들의 주장은 너무 무책임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현재 임대차시장은 집주인 절대우위입니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는 이미 칼자루를 쥐고 있는 집주인에게 사형집행 결정권을 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몇해 전 계약갱신청구권 등이 추진됐을 때 시장에서 전세매물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개정 여부를 확인한 후 임대료를 올리거나 월세로 바뀌기 위해 집주인들이 물건을 거둔 겁니다. 의무임대기간 연장은 개정 전 전셋값 폭등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시선을 돌려 되새겨 봐야 할 곳이 있는데요. 바로 분양을 포함한 매매시장입니다. 매매시장은 현재 주택 과잉공급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올해 역대 최고 수준은 인허가와 분양을 기록하며 초과공급에 따른 시장 불안감이 커지고 있죠. 이에 공급자들은 과거 중단됐던 공급이 올해 몰린 것이고, 내년부터는 시장에 내놓을 집이 없다며 불안을 진화시키기에 바쁩니다.
중장기적으로 과잉공급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쉽지 않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2017년을 전후로 일시에 공급이 몰린다는 것입니다. 올 1~10월 전국 주택 착공량은 56만974건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8만9623건보다 44.0%나 늘었죠. 2011년~2013년 연평균 실적인 44만4748건은 진작에 초과 달성할 정도로 늘었죠. 호황을 누렸던 지방 일부 지역에서는 공급 증가에 따라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 물량이 일시에 공급되면 단기적으로라도 시장의 무게추는 세입자 쪽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진짜 과잉공급이라면 오히려 집주인들이 세입자 모시기에 바빠질 수 있겠죠.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도입해도 쉽게 전세금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임대보호기간 연장은 필요하지만 정황상 꼭 지금 단행해야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요? 괜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시용으로 뽐내기 위해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건 아닐까. 계약갱신청구권 등이 통과되고 수년 후 전셋값 상승률이 둔화됐을 때 많은 이들이 손을 들고 본인의 치적이라 과시할 겁니다. 하지만 단행 직전 세입자들이 겪게될 전셋값 폭등은 누가 책임지실래요?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