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 기자] 탄탄한 국내 여객 수요를 등에 업은 국적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대형항공사(FSC)들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단거리 해외 노선에 속속 취항하면서 국제선 수요까지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LCC 업계는 저렴한 비용을 무기로 공격적인 해외 노선 취항 행보를 이어가는 동시에 항공 연계 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규모를 키우면서 대형항공사를 빠르게 추격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대형항공업계는 '아직은 멀었다'고 자신하고 있다. 5개의 저가항공업체 가운데 2개사가 계열사인 만큼 실질적인 LCC 점유율은 크게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저가항공 계열사와 전략적인 노선 분리로 실리를 챙기는 동시에,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기존 수요층을 확실하게 묶어 놓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노후화된 항공기를 차세대 항공기로 빠르게 교체하는 등 LCC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머지 않았다! 기다려"
국내 노선과 해외 단거리 노선에 공격적으로 노선을 확대하면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여객의 경우 이미 대형 국적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 점유율을 넘어섰다. 특히, 국내 LCC는 코스닥 상장과 신규 사업자 출범 준비 등으로 시장 규모를 키우는 등 대형항공사를 위협하고 있다.
7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 국내선(출발 기준) 누적 여객 수는 2592만834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286만5354명과 비교해 306만2993명, 13.4% 증가했다.
국내선 여객 수는 지난 2010년 12%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처음 2000만명을 넘어선 이후 2011년 3.9%, 2012년 2.8%, 2013년 3.4% 등 증가세가 다소 주춤해졌다. 하지만 이후 2014년 10.7%나 급증하며 증가폭을 키웠고, 올해 역시 10%를 훨씬 넘는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적 LCC가 여객 증가세를 주도했다. 11월 현재
제주항공(089590)과 이스타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진에어 등 LCC 5개 업체를 이용한 국내선(출발 기준) 누적 여객 수는 1424만10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65만2777명과 비교해 258만7332명, 22.2%나 급증했다.
저가 항공 이용 여객이 크게 늘면서 전체 여객 가운데 LCC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지난 2010년 국내선 총 여객 수(2022만2278명) 가운데 LCC 업체(710만1650명)가 차지하는 비중은 35.1%에 불과했지만 지난해(2472만6069명 중 1267만450명)에는 51.2%로 국적 대형항공사를 넘어섰다. 그리고 올해는 2592만8347명 가운데 1424만109명으로 54.9%에 이르고 있다.
◇국내선 수송 분담률 50%를 넘어서는 등 국적 LCC 업계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주~무안 노선의 경우 1년 새 250% 넘게 이용객이 급증했다. 지난해 여객수는 1만7171명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1월 기준 이미 6만1300명을 넘어섰다.
그동안 이 노선은 대형 항공사가 단독으로 운항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보다 저가항공이 신규로 취항하면서 여객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제주~대구 노선, 제주~광주 노선 역시 저가항공사들이 신규로 취항하거나 운항횟수를 늘리면서 여객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특히, 진에어는 올해 인천~오사카 노선을 비롯해 10개 노선을 신규 취항했으며, 티웨이항공도 대구~상하이 등 9개 노선의 하늘길을 새롭게 오가게 됐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도 각각 7개 노선, 에어부산은 5개 노선에 신규 취항했다.
LCC 첫 국내 상장사가 등장하고, 에어서울이 새롭게 면허를 신청하는 등 저가항공사의 시장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달 6일 국적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처음으로 코스피(KOSPI)에 상장했고, 아시아나항공의 시가총액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앞서 지난 10월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공모주 청약에서는 4448.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청약예치금만 7조원이 넘게 몰렸다.
또, 에어서울은 지난 10월 국토교통부에 사업면허를 신청하며 6번째 LCC 출범을 준비 중이다. 에어서울은 오는 2017년까지 항공기 5대를 도입해 일본과 중국, 동남아 등 16개 노선에 취항할 계획이다.
"따라올테면 따라와봐"
국내 여객 수송분담률이 크게 늘어나는 등 국적 LCC의 무서운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탄탄한 해외 장거리 노선을 기반으로한 국적 대형항공사들을 넘보기는 쉽지 않다. 특히, 진에어와 에어부산의 경우 대형항공사의 계열사로, 이들을 빼면 LCC 점유율은 현저히 떨어진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인천을 제외한 국내 공항을 통해 국적 항공사를 이용한 국제선 여객 수는 631만353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615만4208명과 비교해 15만9328명, 2.6% 증가했다.
이 가운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여객 수는 354만9338명으로 전체의 56.2%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대형항공사 점유율은 60% 수준이었지만 저가항공사의 해외 단거리 노선 운항이 늘며 올해는 다소 줄었다.
장거리 노선 비중이 큰 인천공항 역시 저가항공사들의 약진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인천국제공항의 국적 항공 이용 여객 수는 지난해 1878만2287명에서 올해 2094만명으로 11.5% 증가했다.
진에어가 80만7546명에서 134만8059명으로 66.9%의 가장 높은 여객 증가세를 기록한 가운데 티웨이항공 46.5%(42만2850명→61만9451명), 제주항공 25.9%(136만8045명→172만2238명) 등의 여객이 크게 늘었다.
뒤를 이어 이스타항공 10.7%, 대한항공 10.6%, 아시아나항공 2.1% 순이었다.
인천공항 이용객 중 LCC를 중심으로 여객이 크게 늘면서 지난해 83.0% 수준이었던 국적 대형항공사 이용 여객 비중은 올해 79.2%로 낮아졌다.
다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계열인 진에어와 에어부산을 포함할 경우 대형항공사의 국제선 노선은 여전히 LCC가 넘볼 수 없는 점유율을 자랑한다.
인천공항을 제외한 국제선 이용 여객 LCC 비중은 43.8%에 달하고 있지만 진에어와 에어부산을 빼면 19.9%로 크게 낮아진다.
특히, 국내 다른 공항 국제선 전체 이용객보다 3배 넘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인천공항 국제선의 경우 계열회사를 포함한 대형항공사들의 점유율은 85.7%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87.3%와 비교하면 다소 비중이 줄었지만 여전히 LCC업계가 넘어설 수 없는 높은 산이다.
LCC의 국내선 여객 점유율 대형항공 계열사를 제외하면 31.7%에 불과한 실정이다.
◇LCC의 빠른 성장세에도 양대 국적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동은 안정적인 해외 장거리 노선을 바탕으로 여전히 탄탄한 기반을 과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 상반기 메르스 여파로 인한 실적 감소 우려가 컸지만 크게 흔들리지 않는 등 대형항공사는 외부환경 변동에도 빠르게 안정세를 회복하는 저력을 보였다.
대한항공은 지난 3분기 매출 2조9726억원, 영업이익 289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1%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0.3%나 증가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3분기 매출이 1% 증가한 1조5385억원, 영업이익은 5.5% 증가한 693억원을 기록했다.
대형항공사의 최대 장점인 장거리 노선 수요가 꾸준히 이어진데다 저유가에 따른 유류비 감소로 인해 매출 감소 상황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특히, 최근 저유가에 따른 공격적 LCC의 공격적인 행보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들은 질적인 확대보다는 양적인 확대에만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국제유가 등 외부환경 변화에 따른 안정성 확보 역시 향후 대형항공사의 장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LCC, 안정된 국내 기반에 해외 노선 속속 취항
안정된 국내 기반을 다진 LCC업계는 해외 노선 신규 취항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새로 들여오는 항공기 규모를 키워 대형항공사의 단독 노선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업체는 진에어다. 진에어는 이달 초 인천~푸켓 신규 노선에 취항하는 등 올해만 벌써 10개의 국제선에 신규 취항했다. 국적 7개 항공사 가운데 올 들어 가장 많은 국제선 하늘길을 넓힌 항공사다. 진에어는 이달 중 추가로 1개의 국제선 노선을 더 늘릴 예정이다.
인천~푸켓 노선은 대형항공사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진에어는 LCC의 최대 장점인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수요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이 노선에 투입하는 항공기 역시 B777-200ER 국적 LCC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393석 규모의 대형 기종이다.
◇국적 LCC 업계가 해외 중·단거리 노선에 잇따라 신규로 취항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대형항공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진에어는 올해 10개 해외 노선에 신규로 취항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티웨이항공도 올해만 9개 노선에 신규로 취항했다. 국내 노선을 통한 안정성을 확보한 이후 올해는 대구~상하이 노선을 비롯해, 인천~오사카, 무안~텐진 등 인천과 지방 곳곳에서 해외로 연결되는 하늘길을 계속해서 넓히고 있다.
또, 제주항공은 제주를 넘어 올해 부산에서만 5개의 국제선을 신규로 취항하는 등 총 7개 노선을 새롭게 운항하기 시작했고, 이스타항공과 에어부산 역식 각각 7개와 5개의 신규 노선에 취항했다.
국적 LCC가 올해 신규 취항한 하늘길은 총 38개 노선으로 이 가운데 국내 노선은 이스타항공의 부산~제주 노선이 유일할 정도다.
특히, 가장 가까운 일본 노선의 경우 집중 취항이 이어지면서 4년전인 지난 2011년 9.8%에 불과하던 LCC의 수송 분담률은 올해 36.7%까지 치솟았다.
LCC업계 관계자는 "구매력이 커진 근거리 국가와 연결되는 국제선을 확대하는 전략과 맞아 떨어지면서 여객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LCC업계는 근거리 국제선에서 다양한 부대비용이 포함된 높은 운임의 항공권 대신 소비자 스스로 여러가지 유료서비스를 선택하며 운임을 낮출 수 있는 소비자 친화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여객 수요 확보에 나서고 있다.
순수 항공사업 뿐 아니라 연계 사업을 통한 몸집 키우기와 수익성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제주항공은 호텔과 여행, 숙박업 등 기존 업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에 나설 뜻을 내비쳤고, 에어부산도 해외 호텔이나 리조트 등의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대형항공, 새항공기 도입과 월등한 서비스로 차별화
LCC의 매서운 추격에 대형항공사들은 차세대 항공기 도입과 차별화된 서비스, 독점적인 장거리 해외노선을 기반으로 수요층을 더욱 확고히 하고있다. 또, LCC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중·단거리 노선은 직접적인 경쟁보다 저가항공 계열사를 통해 전략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대한항공은 지난 6월 보잉사의 B737MAX-8 기종 50대를 비롯해, 에어버스사의 A321NEO 기종 50대 등 총 100대의 차세대 항공기를 도입키로 했다. 국내 항공업계 사상 최대인 약 13조원 규모에 이른다.
이들 항공기는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으로, 현재 보유 중인 B737NG 기종을 대체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노후 기종 대체와 함께 사업 규모 성장에 따른 수요 증가에 대응해 공급을 늘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새로 도입되는 차세대 항공기는 첨단 기술이 적용돼 기존 동급 항공기들보다 20% 이상 연료를 절감할 수 있으며, 좌석당 운항비용도 8%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 항공기를 통한 해외 노선 편의성 강화는 풍부한 보유 노선과 연계돼 환승객 유치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A380 항공기 모습. 국적 대형항공사들은 지속적인 차세대 항공기 투입 등을 통해 LCC와의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시아나항공 역시 노후화된 항공기 교체를 통해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통한 수요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보유 항공기 노후화로 인해 차세대 항공기 도입을 준비중에 있다"며 "국적 LCC의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해외 장거리 노선 수요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또 에어부산에 이어 새로운 LCC인 에어서울을 출범시키고, 이를 통해 중·단거리 노선과 장거리 노선에 대한 전략을 달리할 방침이다.
기내식 등의 서비스 역시 LCC와 차별화된 강점으로 손꼽히는 만큼, 다양한 메뉴 개발과 함께 지속적으로 제공해 특화시킬 계획이다.
대형항공 업계 관계자는 "기내식의 경우 손이 많이 가고, 금액적으로도 부담이 되는 부분이어서 저비용을 내세우는 LCC업계에서는 쉽게 서비스 질을 높이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가격을 내리기 위해 질을 낮추거나 서비스를 중단하기 보다는 오히려 더 부각시켜 차별화 전략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