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사장은 지난 7일 저녁 열린 SK텔레콤 기자단 송년회에서 “우리도 KT와 KTF 합병 때 반대했지만 결과적으로 좋진 않았다”며 “경쟁사들의 반대를 이해하지만 이제는 앞을 보고 통신 3사가 각자 지향점을 달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로 잘 하는 부분을 보고 제 갈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장 사장은 “SK텔레콤이 지금 한다고 해도
KT(030200)의 유선 인프라를 절대 이길 수 없고, 각자 자기 것에 투자해야 한다”며 “어차피 합산규제 33%가 있는 상황에서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하더라도 유료방송 1등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사진/SK텔레콤
장 사장은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의 배경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발표는 갑작스럽게 이뤄졌지만 CJ그룹과의 논의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는 설명이다.
장 사장은 “CJ그룹은 콘텐츠를, 우리는 플랫폼을 잘 하자고 꾸준히 얘기해 왔고, IB를 통한 구체적인 인수합병 논의는 지난 9월부터 진행됐다”며 “씨앤앰 등 다른 사업자들과는 조건과 내용이 잘 안맞았지만 CJ그룹과는 요구 조건이 합리적인 수준이라 많이 협상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추구하는 ‘미디어 플랫폼’의 역할은 가입자 관리 및 가입자가 이용하는 콘텐츠를 잘 전달해주는 것이다. 장 사장은 “방송사나
CJ E&M(130960)의 본업인 콘텐츠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하겠다는 것은 맞지 않다”며 “콘텐츠가 잘 만들어지도록 도와주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장 사장은 지난 1년 간의 SK텔레콤 성과에 대해 “점유율 50% 붕괴와 단독 영업정지를 겪었고, 매출도 전년 대비 초유로 떨어지는 등 전체 산업적으로 위기를 느끼는 상황이 있었다”면서도 “그래도 통신판의 관행적 출혈경쟁에서 탈피하려고 한 점은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해지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안정된 시장 내에서 상품·서비스 경쟁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점을 긍정적으로 자평했다.
장 사장은 “‘루나’폰도 소기의 성과를 얻었고, 연초 발표한 ‘차세대 플랫폼’ 전략에 따라 신규사업 각 영역에 가능성의 씨를 뿌렸다”며 “과거 싸이월드 실패를 거울 삼아 어떤 형태든 변화나 진화에 자신을 던지고, 소비자 및 국가 경제 생태계와 같이 갈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