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인 강모(42)씨는 눈을 깜빡이면 먼지 같은 조그만 검은 점이 아른거렸다. 피로 때문이라 여기고 눈 관리에 소홀했던 강씨는 어느 날 퇴근 준비를 하다 깜짝 놀랐다. 선명하게 보이던 탁상시계의 바늘이 뿌옇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병원을 찾은 그는 망막혈관폐쇄라는 진단을 받았다. 겨울철 추위로 혈압이 올라 망막혈관이 손상된 것이 원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김안과병원에 따르면 망막혈관폐쇄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지난해 5만550여명으로 2010년(3만9790여명) 대비 27%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부터 환자수가 많았다. 60대와 70대가 각 30%, 50대가 23% 순이었다. 40대와 80대가 나란히 9%였고, 30대 이하는 3% 이하였다.
망막은 사진기의 필름에 해당되는 얇은 신경조직으로 혈관을 통해 영양과 산소를 공급받는다. 망막에 존재하는 혈관이 막히면 출혈이 발생해 혈액 순환이 이뤄지지 못하게 된다. 이를 망막혈관폐쇄라고 한다.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증처럼 막망 혈관이 막힌다 해서 '눈 중풍'이라고도 불린다. 주로 여성이 남성보다 많고,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부족으로 인해 발생 연령대가 50대 이하로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가장 흔한 증상은 갑작스런 중심 시력의 감소다. 망막 혈관이 폐쇄되면 대부분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이 붓게 돼 합병증으로 시력이 나빠지는 것이다. 시야의 일부가 어둡게 보이거나 눈앞에 먼지같이 보이는 까만 점들이 보이는 비문증을 경험하기도 한다. 충혈이나 눈부심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혈관이 폐쇄된 위치에 따라 시력 저하 속도에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망막동맥폐쇄는 막히는 혈관이 동맥인지 정맥인지에 따라 망막동맥폐쇄 혹은 망막정맥폐쇄로 나눠진다. 망막동맥폐쇄의 경우 망막 중심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급격히 시력이 나빠지게 된다. 응급질환으로 분류돼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고 병의 경과를 예측하기가 어려워 발병 후 2시간 이내에 병원으로 내원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망막정맥폐쇄의 경우 대부분 망막 정맥이 막혀 혈관폐쇄증이 나타난다. 망막 정맥의 중심부가 막히면 주위에 있던 모든 망막 정맥이 심하게 확장돼 혈관이 터지고 망막 전체에 출혈이 발생된다. 손상 부분이 광범위해지기 때문에 치료를 받아도 시력이 잘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일부 환자는 시력저하를 노화증상이라고 여기고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적잖다. 하지만 방치하면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에는 망막부종, 녹내장, 백내장까지 발생될 수 있다. 망막손상으로 급격히 시력이 떨어져 실명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 전신질환을 가진 환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고혈압은 망막혈관폐쇄를 발병시키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겨울철 고혈압 환자 중에서 망막혈관폐쇄이 발병하는 경우도 많다. 날씨가 추워지면 외부활동이 현저히 낮아지거나 기온변화로 인한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이다. 혈압을 상승시켜 심뇌 혈관뿐만 아니라 망막혈관을 손상시킨다. 고혈압뿐만 아니라 동맥경화, 당뇨, 혈액질환에 의해서도 유발될 수 있다. 망막혈관폐쇄증의 치료를 위해서는 안과 치료뿐만 아니라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질환 등과 같은 폐쇄증을 일으키는 전신질환들에 대한 정기적인 종합검사를 통해 관리를 해야 한다.
치료는 병의 경과에 따라 약물요법과 레이저 및 수술요법이 시행된다. 망막혈관조영술 등 정밀검사를 통해 치료방법 선택이 결정된다. 원인이 될 수 있는 고혈압과 당뇨 등 전신질환의 치료도 시행해야 한다. 혈압을 조절하면서 안과적인 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음주, 흡연 등을 피하고 스트레스 관리에 주의해야 하며, 음식을 짜게 먹는 등 불규칙한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질병을 예방하는 길이다. 외출 시에는 얇은 옷을 여러 벌 껴입어 몸의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겨울철 부족한 운동량을 보충할 수 있도록 실내에서의 활동량 증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만일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가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안과를 방문해 즉각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동원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교수는 "망막혈관폐쇄는 시력저하와 나아가 실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질병"이라며 "방치한 경우에 녹내장과 같은 합병증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 및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망막혈관폐쇄증은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40대 이후에는 정기적인 안과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며 "망막질환의 가족력이 있거나, 당뇨, 고혈압 등의 성인병을 가진 경우 평상 시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도움말=건양의대 김안과병원)
◇망막혈관폐쇄는 뇌경색증처럼 망막 혈관이 막힌다 해서 '눈 중풍'이라고 불린다. 갑작스런 시력저하, 까만 점들이 보이는 비문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정확히 진단을 받아야 한다.(사진제공=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