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새해가 밝았다.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던 국민들은 많은 기대와 희망을 새해 소망으로 품고 있다. 지난해를 돌이켜보면 온 국민들을 놀라게 만들고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 광풍이 있었다. 겪어보지 못한 질병에 대한 두려움도 컸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와 정치권을 보면서 큰 실망을 하기도 했다. 국민들의 지갑을 마르게한 경기 침체로 국민들의 삶은 이전보다 더 팍팍해졌다. 그래서인지 지난 연말무렵부터 국민의 아픔마음을 그리고 불편한 마음을 담은 ‘전해라’는 유행어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백세인생’이라는 가요에 나오는 가사인데 힘든 삶의 애절한 심정과 억울한 마음을 담아 많은 국민들의 공감을 샀다. 1963년생 가수로 백세인생 근처까지 아직 가보지 못한 무명가수 이애란도 덩달아 유명세를 탔는데 각 정당에서는 총선 캠페인 송으로 사용할지 말지를 저울질 할 정도라고 한다. 얼마나 그동안 국민들의 마음을 털어놓을 해후소가 없었다면 알려지지 않은 노래에 열광을 하는 것일까.
2015년 많은 국민들은 경기 침체에 고통받았다. 특히 메르스 사태로 인해 상반기는 영업이익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어려움을 겪는 상인들도 한둘이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정부에서 긴급자금지원제도까지 발동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국내의 내수경기뿐만 아니라 대외 경제여건도 상당히 힘들어졌다. 미국은 미루어오던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한국이 큰 의존성을 가진 중국경제 상황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정부가 발표하는 지표는 개선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 체감하는 고용수준은 연착륙을 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국민들이 이렇게 고통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데 있다.
먼저 정치권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으로 국민들의 문제 해결에 가장 앞장서야할 국회이지만 이미 그 역할을 상실한지 오래다. 각종 민생법안은 오랫동안 국회에서 잠자고 있고 국민들의 이해와는 동떨어진 계파갈등과 공천권 자리다툼으로 볼썽사나운 모습만 연출하고 있다. 심지어는 보좌진의 급여를 상납받거나 자녀의 입학과 취업 특혜 의혹, 막말 파동, 카드 단말기로 출판물 결제 등 국민들의 모범이 되어야 할 모습과는 전혀 거리가 먼 작태가 횡행하기도 했다. 실망스럽다. 화가 난다. 어쩌면 이미 국민들의 마음은 이런 몰상식한 국회에 진저리를 치는 상황이다. 리서치앤리서치가 동아일보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26~28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조사에서 ‘올 총선에서 현역 국회의원을 뽑을 것인지, 정치 신인을 뽑을 것인지’ 물어본 결과, 정치 신인을 뽑겠다는 의견이 31.1%로 현역 의원을 뽑겠다는 의견 24.4%보다 더 높았다. 현역 의원을 다시 찍겠다는 의견은 결과적으로 유권자 4명 중 1명도 채 되지 않았다.
화난 국민들의 반응이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결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새로 만들어지는 정당 그리고 그 정당의 후보들도 화난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다면 기대감도 언제든 신기루처럼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대통령과 정부도 성난 민심으로부터 자유로울수 없다. 국민들의 삶이 이 지경으로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대통령과 정부도 정치권만 탓할 일은 아니다. 많은 정치적 어려움과 경제적인 난관이 있더라도 국민들을 위해 조정하고 타협하고 돌파구를 만들어내야 하는 이가 대통령이다.
경제민생법안 통과, 4대 개혁 법안의 추진 등이 정치권의 무능으로 진전되지 않는다고 대통령의 책임마저 면피되지는 않는다. 국민들이 마음으로부터 대통령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여겨질 정도로 정치권의 중재 역할을 하고 경제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절절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과 관련해 갈등을 빚고 당청간 갈등이 배신과 진실의 이름으로 도배되는 상황을 국민들은 기대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외교적 성과와 대북관계에 있어 일관된 대응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하더라도 국민들의 만족과 공감 없는 국정운영은 환영받지 못한다. 위안부 문제만 하더라도 일그러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대통령은 최선을 다했다고 하지만 국민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소녀상’ 문제와 관련해서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데는 성공하지 못한 셈이다.
우리 국민들의 2016년은 특별하다. 지난 여러 해 동안 일어나지 말아야할 큰 참사를 겪었고 어떤 이들에게는 일종의 트라우마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더 이상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대형 참사가 이 땅에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경제적인 고통과 사회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잘못된 길을 선택하는 경우도 최소화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아픔을 위로해주어야 할 정치권과 정부가 반듯하게 제자리를 찾아가야만 한다. 새해 벽두, 국민들이 정치권과 정부에 애오라지 하고 싶은 말이다. ‘국민은 화났다고 전해라.’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