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는 ‘CEO 서밋(Summit)’의 약칭으로도 불린다. 관련업계 CEO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 해 시장 흐름을 파악하고 향후 전략을 밝히기 때문이다. 경쟁사에 대한 견제와 함께 주도권 확보 싸움도 치열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북미 바이어들을 사로잡기 위한 영업전선이 펼쳐진다. 9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CES 2016에서도 국내 주요 CEO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사물인터넷에 주목한 삼성 "경쟁상대 없다. 자신과의 싸움"
삼성 사장들은 이번 CES에서 '사물인터넷(IoT)'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대표이사(사진·사장)는 다가오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대해 "사물과 사물이 연결되다가 앞으로 사물이 사람까지 연결되면 생각지도 못한 가치가 나오게 될 것" 이라며 무한한 확장성을 주목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경쟁상황을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비유하며 자신감도 드러냈다. 그는 "삼성전자는 이제 누구와 경쟁한다기 보다, 우리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퀀텀닷TV, 사물인터넷, 패밀리 허브 냉장고 등 삼성전자의 각 부문 역량이 총결집될 수 있는 경쟁력을 충분히 갖췄다"고 말했다.
CES 기조연설에 참여한 홍원표 삼성SDS 사장도 "IoT는 미래기술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라며 "소비자의 실생활뿐 아니라 의료, 제조, 물류, 유지보수 등 산업현장 전반에도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GM 찾은 구본준 부회장…LG 사장단, 실적목표 제시에 '열중'
구본준 LG 부회장은 6일(현지시간)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E) 회장의 기조연설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래 먹거리인 자동차 부품사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로 비쳐진다. 구 부회장은 특히 GM의 볼트 전기차 신제품에 대해 "보닛을 열어 우리 부품을 보여주고 싶은데 (GM이)열어주지 않는다"며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볼트 전기차에는 LG전자가 11종의 핵심부품을 공급했다.
LG 사장단은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실적 목표를 제시하는 데 열중했다. 그간의 부진을 의식한 결과로, 올레드(OLED가)를 전면에 내세웠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사진)은 "올레드TV 패널 100만대를 팔아 글로벌 1등을 굳히는 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가 파주에 세계 최대 규모의 OLED 패널 공장을 짓고, 장기적으로 10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확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권봉석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장(부사장)도 올레드TV 판매를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샤오미 등 초저가의 중국 TV에 대해서는 "원가 경쟁력이 좋고, 오프라인 매장 없이 온라인으로만 직접 유통하는 경우도 많아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조성진 H&A(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 사업본부(사장)도 초프리미엄 빌트인 라인업을 내놓으며 향후 5년 내 '세계 5위'를 목표로 잡았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 모두 경쟁업체들에게 자신감을 비추면서도 목표 달성을 위한 내부적인 결속을 다지는 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김민성 기자 kms07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