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185750)이 글로벌 약물 도입의 큰 손으로 떠오르면서 올해 매출액이 25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영업과 마케팅 전문가인 김영주 대표이사가 수장에 오르면서 외형 확대와 신규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은 MSD와 당뇨병치료제 '자누비아', '자누메트', '자누메트XR' 3품목과 고지혈증치료제 '바이토린', '아토젯' 2품목에 대한 공동 판매 계약을 지난 4일 체결했다. 5종 약물의 시장 규모만 해도 1600억원을 넘어선다.
대형약물 도입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7월에는 화이자와 손잡고 녹내장치료제 '잘라탄'과 '잘라콤'의 판매에 돌입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멀츠와 피부개선 화장품 '메더마'를 도입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연이어 3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에스원바이오파마와 여성 저성욕증 치료제, 카디옴 파마와 급발작성 심방세동치료주사제, 네오벡스와 전신홍반성루푸스치료제에 대한 국내 판권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대웅제약이 판매하고 있는 국내에서 600억원대 규모의 이탈파마코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도 오는 2월부터 판권을 이전받아 판매할 예정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대형약물을 연이어 도입해 매출이 25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시장성이 높은 다른 약물도 추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개별기준 종근당은 매출액 5441억원으로 업계 순위 6위다. 2500억원 정도 외형이 늘어나면 단순계산으로 올해 매출액은 80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순위는 4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종근당의 공격적인 글로벌 약물 도입은 김영주 대표이사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릴리, 노바티스 영업 및 마케팅 총괄과 머크세로노 대표를 역임한 김영주 대표이사는 지난해 3월 종근당 신임 CEO 자리에 올랐다.
남의 제품을 팔기보다는 자체 제품에 주력하는 것이 기존 종근당의 사업 방식이었다. 하지만 김영주 대표이사가 수장에 오른 후 글로벌 약물을 대거 들여오고 있는 모습이다. 외형성장과 신규사업 확대를 통해 영업 성과를 내겠다는 의도로 보여진다.
업계 관계자는 "CEO는 영업 성적에 따라 평가와 재계약 여부가 결정된다"며 "검증된 글로벌 약물을 도입하면 단숨에 매출에 반영되기 때문에 김영주 대표가 글로벌사와 협업으로 회사 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근당이 도입한 약물은 의약품 최대 시장을 형성한 고혈압과 고지혈증 치료제 외에도 희귀질환, 안과치료제, 화장품 등 다양하다. 도입약물로 기존 주력 제품과 시너지 효과를 비롯해 비주력 신규 시장에도 진출하겠다는 포석이다. 올해에는 점안제 공장을 증축해 본격적으로 안과 사업 분야의 시장 확대도 노리고 있다.
다만 일부에선 무리하게 약을 도입해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또다른 관계자는 "신약을 도입하면 반짝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외산제품의 의존도가 높으면 판권회수시에 매출 증발의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며 "국내사 간에 외산제품 유치 경쟁을 부추겨 결과적으로 국내 제약산업의 근간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