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 기자]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악재들이 뒤섞여 일어나는 현상인 '칵테일 위기'가 주택시장을 덮치고 있다. 주택시장 매매심리는 29개월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고, 주택시장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경매마저 인기가 시들해졌다. 공급물량 증가에 대한 우려와 대내외 경제여건 불안, 여기에 정부의 관망기조 마저 지속되면서 당분간 불안감은 지속될 전망이다.
21일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전국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12.2로 전달(127.9)보다 15.7p 급락했다. 지난 2013년 7월 107.3을 기록한 이후 무려 29개월만에 최저 수준이다. 지난 10월 137.4를 기록한 이후 2개월 연속 떨어졌고, 하락폭 역시 커지고 있다.
특히, 지방보다 수도권에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는 모습이다. 지방이 지난 11월 124.7에서 12월 110.9로 13.2p 하락하는 동안 수도권은 130.4에서 113.4로 17p가 떨어졌다. 서울은 하락폭이 20p을 웃돌았다.
◇매매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경매마저 인기가 시들해지는 등 주택시장에도 '칵테일 위기'가 번지고 있다. 그래픽/최원식 디자이너
주택시장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늘고 있어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토연구원의 중개업소 매도·매수 동향 설문에 따르면 '매도하려는 사람이 더 많았다'는 응답은 56.1%였지만 '매수하려는 사람이 많았다'는 9.4%에 불과했다.
일반 매매시장 뿐 아니라 주택시장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경매시장의 인기도 한 풀 꺾인 모습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달 전국 주거시설 평균 낙찰가율은 전달보다 3.0%p 하락한 85.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평균 낙찰가율 86.0%보다 낮은 수준이다.
경매에 참여한 평균 응찰자 역시 지난해 월별 기준 가장 낮은 5.0명에 머물렀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전세난 영향으로 아파트 경매의 경우 아직까지는 수요가 있는 상황이지만 전체적인 주택시장 심리가 하락하고 있다"며 "특히, 이달 들어 부동산 경매시장에서 낙찰가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어 시장 침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시장 우려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지만 위축국면을 벗어날 수 있는 재료는 요원한 상황이다. 오히려 불안요소만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나마 올해 주택 매매시장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됐던 전세의 매매 전환 수요는 전세가격 상승폭이 크게 축소되면서 큰 힘을 못쓰고 있다.
여기에 32만가구에 이르는 올해 신규 민영아파트 공급 물량도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실적(42만가구)보다는 줄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계획 물량으로는 가장 많은 수치다.
특히, 정부는 아직까지 주택시장 위축에 대해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며 관망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지난 인사청문회 당시 "미분양이 일시적으로 증가했지만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며 "분양 물량 감소와 저금리, 1~2인 가구 증가 등으로 주택 수요기반은 양호하다"고 진단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미분양 증가와 과잉공급 우려에 대해 "건설업계에서 자발적으로 물량을 조절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아직까지 가격 하락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