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입주 폭주…보증금 돌려줄 준비됐나

2008년 역전세난 당시보다 주택공급 속도 빨라

입력 : 2016-01-26 오후 3:36:28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경기를 중심으로 수도권 주택 인허가량이 급증하며 단기적 역전세난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역전세 발생시 보증금을 즉각 반환해 줄 집주인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최악의 경우 2008년 때와 같은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는거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에서는 40만8773가구가 인허가됐다. 전년 24만1889가구 대비 69.0% 급증한 물량이다. 서울이 10만1235가구로 55.2% 늘었고, 경기는 27만6948가구로 69.8% 증가했다. 3만590가구가 인허가된 인천은 125.2% 급증했다. 1990년 통계청 집계 이후 수도권 인허가량이 40만가구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인천이 146.4%로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으며, 경기는 105.8%나 늘었다. 서울은 44.3%로 상대적으로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수도권 주택공급 급증에 따라 입주대란 우려가 심화, 수도권 일부 지역의 역전세난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도권은 2010년대 초반 인허가실적 부진으로 입주 아파트 부족에 시달렸지만, 최근 2년간 부동산시장 호황으로 공사량이 급격히 늘고 있다. 실제 1~3년 후 입주(준공)로 직결되는 수도권 착공량의 경우, 지난해 총 38만3853가구를 기록했다. 2012년~2014년 평균 착공량인 20만4095가구보다 88.1% 급증했다.
 
2017년~2018년 입주량 급증에 따른 역전세난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입주 증가로 전세난이 진화될 수 있겠지만, 문제는 보증금을 반환해야 할 집주인의 재정능력이다. 상당수 전세보증금은 잔금을 치르는데 사용되거나 투자자금으로 활용된다. 특히, '갭투자'의 경우 매매가에서 보증금을 제외한 차액만 가지고 집을 구입한다. 시세 차익을 노리고 소액의 투자금만 가지고 집을 매수하기 때문에 보증금 반환능력을 알 수 없다.
 
지난 2008년 가을에서 이듬해 봄 사이 수도권은 아파트 과잉공급에 따른 역전세난을 겪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08년 10월~2009년 2월까지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5.1% 하락했다. 금융위기 직전 쏟아진 공급의 부작용으로 전셋값이 내림세를 보였다.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는 집주인과 더 싸고, 좋은 전셋집으로 이주하기 위한 세입자 간의 갈등이 심화됐다. 금융당국은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2009년 1월 역전세대출상품을 급하게 내놓을 정도였다.
 
수도권 역전세난이 발생했던 2008년, 앞선 5년간 연평균 주택인허가량은 23만5104가구다. 올해를 포함해 최근 5년간 연평균 주택인허가량은 27만6944가구다. 현재의 주택공급 속도가 당시보다 빠르다.
 
◇수도권 주택인허가량 추이(단위:가구) 자료/통계청
 
2014년 기준 수도권 전체 전세거주 가구수는 244만5611가구다. 수도권 평균 전세금이 2억3664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약 578조원이 집주인에게 맡겨져 있는 셈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강남을 중심으로 한 서울 재개발·재건축 이주가 변수가 될 수 있겠지만 이들이 이동할 수 있는 곳은 한정돼 있다"며 "일시에 집중된 입주로 선호도가 떨어지는 일부 지역은 이 시기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한승수 기자
한승수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