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배우 문채원의 이미지는 한 없이 선하고 맑은 느낌이다.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이나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문채원은 해맑은 미소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그의 꾸밈없는 얼굴에 많은 사람들이 같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문채원의 속내에는 치열한 고민이 숨겨져 있었다. 모든 작품 캐릭터를 연기하게 될 때마다 문채원은 대사 한 마디 뿐 아니라 의상 및 헤어 스타일, 말투 등 모든 것을 살핀다. 그의 대본은 상당히 닳아있었고, 대사 옆에 촘촘하게 연기와 관련된 문구가 쓰여 있었다. 심지어 짧은 숏커트를 공개하는 시점도 장고 끝에 결정했다.
배우 문채원. 사진/쇼박스
밝고 즐거울 것만 같은 그의 편안한 인상 뒤에서 문채원은 늘 완벽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신작 '그날의 분위기'를 위해서도 그는 조금도 틀리지 않기 위해 속앓이를 했다. '그날의 분위기'에 출연한 문채원을 최근 삼청동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제가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아시겠죠?"라며 웃는 문채원의 얼굴에는 프로의식이 담겨 있었다.
이번 영화에서 문채원이 연기한 배수정은 한 남자와 10년 넘게 사귄 보수적인 여성이다. 이미 나에게서 마음이 떠난 남자친구의 행동에 쉽게 상처받지만 헤어지자는 말을 하지 못한다. 10년간 쌓아온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 때문이다. 고장난 노트북도 정이 들었다는 이유로 쉽게 교체하지 못한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강하고, 안정된 삶을 추구한다.
"전 그렇게 여성스럽거나 보수적인 타입은 아니에요. 저랑 딱 10% 정도 비슷한 거 같아요. 10년 동안의 연애 경험도 없어요. 5년 정도는 있기는 한데, 10년은 또 다르잖아요. 연애를 하면서 남자친구의 변심에 말 못하는 심정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수정이의 답답함에 대해 많이 공감하려고 했어요."
배우 문채원. 사진/쇼박스
비슷한 10%가 뭐냐고 물어보니, 매사 철저히 준비하는 모습이라고 한다. 극중 수정이 빠른 변화보다는 안정감을 추구하는 것처럼 문채원은 연기를 할 때 최선의 준비된 상태에서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상대 배우 유연석으로부터 현장의 힘을 배웠다고 했다.
"연기를 하다보면, 어떤 신의 목적이 보이잖아요. 저는 그걸 표현해야 하는 사람이고요. 조금도 틀림없이 표현하고 싶어요. 제게 동물적인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현장은 늘 변수가 많고요. 그래서 대본에 쓰는 게 많고 최대한 숙지를 해요. 반대로 연석 오빠는 영화 경험이 많아서인지 현장의 힘을 믿고 있더라고요. 새로운 견해도 많이 들었고, 시너지를 내면서 작업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도 문채원은 한 없이 예쁘다. 거침없이 작업을 거는 유연석의 행동에 당황하는 모습이나, 그에게서 매력을 느끼는 모습, 행복한 표정까지 문채원의 행동 모두가 사랑스럽다. 누구보다 예쁘고 사랑스러웠던 수정을 연기한 문채원의 다음 행보는 3월 첫 방송예정인 MBC 새 드라마 '굿바이 미스터 블랙'이다. 한국인 출생 태국의 고아로 여성스러움과는 정반대 위치에 선 여성이다. 이 때문에 긴 머리도 잘랐다. 문채원은 "드라마에서는 정말 많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릴 것 같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